미국, 그린란드에 새 영사관 개소…주민 수백명 반미 시위로 맞불
닐센 총리 등 현지 주요 정치인들 개소식 초청에 불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병합 의지를 드러내며 올해 초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미국의 새 영사관이 문을 열었다. 그린란드 주민 수백 명은 영사관 앞으로 몰려와 “미국은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로 미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2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 중심가에서 케네스 하워리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 주관으로 3000㎡(약 907평)의 넓은 시설을 갖춘 신규 건물의 개소식을 개최하고 확장 이전한 영사관 운영에 들어갔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20년 약 70년 만에 그린란드에서 영사 업무를 재개했지만 그동안 누크 외곽에 있는 소규모의 덴마크 군 시설을 사용해 왔다.
향후 그린란드를 방문하는 미국인 지원, 문화 행사 주최, 그린란드 주민들에 미국 비자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하게 될 신규 시설은 트럼프 정부가 그린란드에서의 존재감을 더 키우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하워리 대사는 개소식에서 “새 영사관은 그린란드에 대한 우리의 장기적인 헌신 의지를 보여준다”며 “우리는 여러분들이 어떤 미래를 결정하든지 동맹이자 파트너로서 늘 이웃으로 남아 여러분들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개소식이 진행될 당시 영사관 밖에는 그린란드 깃발과 반미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손에 든 수백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미국은 돌아가라”, “미국은 멈춰라”,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 등의 구호를 외친 뒤 건물을 등지고 2분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집회를 주도한 아칼루쿨루크 폰타인씨는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존중과 주권을 원한다”며 “위협과 압박, 제국주의적 환상 없이 존재할 권리를 요구한다”고 외쳐 환호를 받았다.
개소식에는 외교관과 기업인, 현지 정치인 등 수십 명이 참석했지만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 등 현지 주요 정치인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개소식에 앞서 지난 19∼2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그린란드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초청도 없이 누크를 방문해 현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는 방문 기간 닐센 총리, 무테 에게데 외무장관을 만나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린란드는 미국이 필요하다. 그린란드인들은 의존에서 독립으로 올라설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등 독립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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