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혁신에서 AI 신약개발까지…릴리의 150년 진화

김이슬 기자 2026. 5. 2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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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신약 24개 출시…R&D 생산성 업계 평균 상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송도에 세계 최대 해외 게이트웨이랩 구축
한국릴리는 22일 서울 본사에서 '릴리 15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지난 150년간 이어온 혁신의 여정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사진 김이슬 기자.

150년. 기업의 역사로는 한 세기 반의 시간이다. 그러나 일라이릴리에게 150년은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숫자보다 앞으로 펼쳐질 다음 혁신의 출발선에 더 가까웠다. 단 한 번도 인수·합병 없이 독립성을 유지해 온 기업은 이제 인공지능(AI)과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미래 제약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을 그려가고 있다.

한국릴리는 22일 서울 본사에서 '릴리 15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지난 150년간 이어온 혁신의 여정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공개된 메시지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릴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 전략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강민주 한국릴리 의학부 부사장은 "150주년은 지난 시간을 축하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다음 혁신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며 "150년의 과학이 기반이 됐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라이 릴리의 150년 역사와 기업 정신을 소개하는 오프닝 연극이 진행됐다. 사진 김이슬 기자

#. 과거-작은 벽돌 건물에서 시작된 150년 혁신

릴리의 시작은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8세였던 창립자 일라이 릴리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펄 스트리트의 작은 2층 벽돌 건물을 임대해 'ELI LILLY, CHEMIST'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창립자가 남긴 "여기서 찾은 것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라"라는 철학은 오늘날까지 릴리를 움직이는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릴리는 세계 최초 상업용 인슐린 공급을 통해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며 글로벌 제약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150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기업에 인수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했다는 점 역시 릴리가 강조하는 정체성 중 하나다.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는 "릴리는 지난 150년 동안 환자 최우선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 왔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 강민주 의학부 부사장. 사진 김이슬 기자

#. 현재-숫자로 확인되는 R&D 경쟁력과 탄탄한 파이프라인

현재의 릴리는 '과학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연구개발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제약회사이기 이전에 과학 회사로서 전체 직원의 25% 이상이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의약품은 100개 이상에 달한다.

R&D 경쟁력은 주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0년간 릴리는 약 24개의 신약을 출시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약 15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연구개발 효율도 크게 개선됐다. 과거 임상 개발부터 출시까지 약 11년이 걸렸던 신약 개발 기간은 현재 평균 6년 수준으로 단축됐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규모도 상당하다. 임상 2상 단계에서는 29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임상 3상은 42개, 규제 심사 단계는 4개다. 승인 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어 다음 혁신을 위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비만·대사질환 등 차세대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의 결과는 환자 접근성 확대에도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릴리 치료 혜택을 받은 환자는 전 세계 약 7100만명 규모다. 오는 2030년까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환자 3000만명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30×30'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약사공론DB

#. 미래-AI·송도·삼성바이오…다음 150년 설계

릴리가 그리는 미래 150년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존 비클 대표는 AI를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니라 신약 연구개발과 공급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설명했다.

이를 위해 릴리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제약업계 최대 규모 수준의 슈퍼컴퓨팅 환경을 구축했으며, 인실리코 메디슨 등 AI 기반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뿐 아니라 제조 공정 최적화, 규제 제출 과정 효율화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에 적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혁신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더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한국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만 45억 달러(약 6조8220억원) 이상을 투자한 릴리는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인천 송도 캠퍼스에 글로벌 바이오텍 인큐베이터인 '릴리 게이트웨이랩스 코리아'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 외 지역 두 번째 거점으로 조성되는 이 시설은 지상 5층, 연면적 약 1만2000㎡ 규모로 2027년 7월 문을 열 예정이다. 완공되면 최대 30개 국내 바이오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미국 외 최대 규모 게이트웨이랩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단순한 연구 공간을 넘어 릴리가 오랜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베이스 기반 AI 플랫폼 '튠랩스(Tune Labs)'를 활용할 수 있다. 입주 기업들은 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릴리의 임상 자산 라이브러리와 비교·분석하고, 해당 물질의 특성과 인체 내 작용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송도 거점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릴리의 신약개발 전문성과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제조 역량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존 비클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글로벌 환자들에게 혁신 치료제를 더욱 빠르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