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시대 월가의 다음 섹터는 에너지 인프라?[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5. 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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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엔 성장주보다 가치주"
에너지 섹터 올해 30% 상승…인프라 수요 동시 부각
AI 전력수요·LNG 확대가 파이프라인 기업 실적 변수로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월가가 AI와 반도체 랠리의 다음 연결고리로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를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늘고, 천연가스와 LNG 수요가 확대되면서 파이프라인 등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도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고유가가 겹치면서 성장주 중심이던 미국 증시에서 가치주와 에너지 인프라주에 대한 재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물가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3월 3.2%, 2월 2.4%에서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수도 3월 기준 전년 대비 3.5% 올랐다.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미래 이익을 높은 가격에 평가받아온 성장주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정책 성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완화 편향' 문구를 제거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장이 기대해온 금리 인하 경로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주 독주 이후 커지는 가치주 논리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는 성장주가 주도했다. 아이셰어즈 러셀1000 가치주 ETF, IWD는 최근 5년간 48% 넘게 올랐지만, 성장주 ETF인 IWF는 같은 기간 거의 두 배 상승했다. AI 관련 자본지출 확대와 반도체 수요가 성장주 프리미엄을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시장의 계산법이 달라진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롭 앤더슨 전략가는 "상승 인플레이션 체제로의 전환은 가치주로의 이동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에너지와 헬스케어, 소재, 필수소비재를 상대적으로 유리한 업종으로 꼽았다. 반대로 성장 섹터는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대체로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업종별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S&P500 에너지 섹터는 올해 30% 상승했다. 필수소비재는 10%, 소재는 9.5% 올랐다. 스티펠의 토머스 캐럴 전략가는 "성장주는 2024년과 2025년 시장을 이끌었지만,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호황 국면으로 이동하면서 이 흐름은 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유가에 다시 부각된 에너지 인프라
가치주 안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에너지 인프라다. 과거 에너지주는 주로 국제유가 방향성에 민감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LNG 수출, 천연가스 발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맞물리면서 파이프라인과 중류 에너지 기업의 실적 변수가 넓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에너지 공급망의 중요성은 다시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LNG 수요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맞물리면서 천연가스 운송·저장·처리 인프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가 단순한 유가 베팅이 아니라, 미국 에너지 시스템의 병목과 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업종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에너지 인프라 흐름을 반영하는 글로벌X MLP & 에너지 인프라 ETF, MLPX는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승률은 27%에 달한다. MLP는 주로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운송·저장 자산을 보유한 상장 파트너십으로, 에너지 인프라의 현금흐름을 반영하는 대표적 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장 앤 솔즈베리 애널리스트는 중류 에너지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하락 양쪽 국면에서 모두 일정한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가가 높게 유지되면 생산이 늘어나 파이프라인 물동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가스 중심 지역에서 새 파이프라인 용량의 경제성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AI 전력수요와 LNG가 바꾸는 실적 변수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실적 변수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LNG 수출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더해졌다. 전력 수요가 늘수록 천연가스 발전 수요가 커지고, 이를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의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윌리엄스 컴퍼니스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에 3만3000마일 이상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운영한다. 특히 동부와 남부를 잇는 핵심 가스 운송망을 보유해 LNG 수출 터미널과 대형 전력 수요지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의 존 맥케이 애널리스트는 윌리엄스의 트랜스콘티넨털 가스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미국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위치한 파이프라인 시스템"이라고 평가하며 "LNG 수출과 전력회사, 데이터센터 수요가 윌리엄스의 파이프라인 권역에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수요 증가가 가스 운송 프로젝트 확대와 안정적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실적의 핵심은 유가 방향성보다 천연가스 운송 수요의 지속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