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른거지?" 정원오·오세훈의 부동산 공약...진보·보수 이념 깨졌나 [6·3 공약 돋보기]

박준석 2026. 5. 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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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모두 재개발·재건축 속도전
인허가 축소·사업성 개선 등 골자
착착개발 vs 신통기획? "닮은꼴"
정 "공공성보단 사업성" 우클릭에,
오세훈 '박원순 시즌2' 정체성 겨냥
주거복지는 안전판 대 사다리 충돌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거리에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은 부동산이다.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하고, 주춤했던 집값마저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이 고차방정식을 해결할 정책적 역량을 보여주는 후보가 유권자 표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선거운동은 정책 경쟁보다는 과거 실정론과 현재 책임론이 맞붙는 소모적인 공방전 형태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여야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별다른 차별성을 담지 못하고 사실상 민간 중심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민간에 방점을 찍은 국민의힘이 뚜렷한 전선을 형성했던 역대 선거와 대조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독 세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 등 정책 공약 검증이 실종된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가운데)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를 찾아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명픽' 정원오의 실용주의?

그래픽=이지원 기자

정원오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급 방안은 닮은꼴이다. 정 후보의 핵심 공약은 '착착개발'이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통합하고 사업성을 개선해 15년 안팎이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내로 단축, 2031년까지 서울에 36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오 후보의 구상과 비슷하다. 참여연대가 두 후보 공약에 대해 '정원오세훈식 개발'이라고 꼬집은 배경이다.

이는 정 후보가 부동산 정책에서 이념 정체성을 지키는 대신 실용을 택하며 과감하게 우클릭한 결과다. 그는 지난달 29일 착착개발 공약을 발표하며 "신통기획이 구역 지정에 속도를 냈다면, 이젠 착공과 입주까지 책임지는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오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공급 억제' 기조를 비판하며 도입한 신통기획을 계승·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민간 참여 비중, 공급 규모 등 세부 내용엔 차이가 있지만, 두 후보 공약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4월 3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자 2차 합동토론회에서 전현희(왼쪽부터), 정원오, 박주민 예비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 후보의 부동산 기조는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202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의 핵심 공약은 시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23만 가구 중 15만 가구를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인 '누구나집'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 때도 전현희 의원은 노후 공공 아파트를 재건축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하는 '반의반값' 아파트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2일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앞세우며 여야 부동산 정책 차이는 사라졌다"며 "정 후보도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도 "집값을 안정시킬 방법은 공급뿐이라는 공급 만능론이 자리매김하며 여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현재는 공공성보다 사업성을 우선할 시기"라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유년시절을 보낸 서울 강북구 삼양동 골목길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대시민 출정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도로민주당'··· 정체성 때리는 오세훈

여야 부동산 공약에서 이념 전선이 모호해지자 오 후보는 총구를 정책이 아닌 정체성으로 돌리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 후보가 투기수요 억제 같은 민주당의 원래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 강조한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은 이주비 대출 규제로 숨이 막혀 있다"며 정 후보 공약과 이재명 정부 규제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다. 또 정 후보 주변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 인사가 많다며 "(정비구역을 무더기로 해제했던) '박원순 시즌2'가 될 것"이라고 공세를 편다. 반면 정 후보는 오 후보 재임 기간인 2022~2024년 서울 연평균 착공 물량이 3만9,000가구에 그치는 점을 거론하며 '현직 실정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물론 두 후보 부동산 공약이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다.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복지 문제에선 이념적 노선 차이가 뚜렷하다. 가령 정 후보는 오 후보 재임 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절벽 문제를 비판하며 △매입임대주택 2만 가구 추가 공급 △청년 월세 지원금(월 20만 원) 등을 공약했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오 후보는 '주거 사다리' 복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무주택 청년이 서울 12억 원 이하 주택 가격의 20%만 내면 나머지는 공공이 부담하는 '서울내집(8,000가구)' 등과 같은 공약이 대표적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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