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주문 1시간 만에 집앞에 ‘툭’… 로봇은 횡단보도 건너 음식 배달

폰티악(미국)/이영관 기자 2026. 5. 23. 0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아마존 물류센터 가보니
아마존 드론 배송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17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폰티악(Pontiac)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 상공.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무게 35㎏의 드론이 수직으로 하강했다.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Prime Air)’다. 나무 펜스 안 전용 활주로에 기체가 멈추자, 주황색 조끼를 입은 직원이 배터리를 교체한 뒤 주문 정보가 인쇄된 배송 상자를 기체 하단에 집어넣었다. 다시 이륙한 드론은 이내 시속 119㎞로 시내를 향해 날아갔다. 물류센터 상공에서는 5분마다 한 대꼴로 드론이 뜨고 내렸다.

물류센터를 출발한 드론은 조금 뒤 폰티악 시내 한 단독주택 마당 상공에 멈춰 섰다. 고도

아마존 드론 배송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를 4m까지 낮춘 드론은 아래쪽에 사람이나 반려견, 자동차가 없는지 실시간 센서로 확인한 뒤 배송 상자를 마당 잔디밭에 떨어뜨렸다. 상자 내부에는 상품 파손을 막는 특수 완충재가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배송을 끝낸 드론은 곧바로 고도를 높여 물류센터로 기수를 돌렸다.

아마존이 이 교외 도시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지금은 드론 14대가 매일 100건 이상을 배달한다. 간식·건전지·화장품 같은 생필품부터 아이폰 같은 IT 제품까지 6만개가 넘는 품목을 실어 나른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을 하면 상품 분류와 포장, 드론 이륙을 거쳐 고객 집 마당에 도착하기까지 최대 1시간. 미국 9개 도시에서 드론 배송을 도입한 아마존은 올해 안에 시카고 등 3개 도시에도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래픽=양진경

◇드론이 날아와, 집 앞에 배송 박스 떨어뜨려

한국에선 여전히 미래 기술로 여겨지는 드론 배송이 미국 유통·물류 현장에선 일상이 되고 있다. 미래를 앞당긴 배경은 ‘배송의 위기’였다. 배송 수요는 급증하는데 인력 공급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미국 물류 기업들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를 올리는 식으로 버텨왔다. 돌파구는 정부의 규제 완화였다. 미 연방항공청이 지난 2~3년간 드론 비행 규제를 대폭 풀어주자 ‘라스트 마일(마지막 배송 구간)’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단독 주택이 많은 미국의 주거 환경도 드론 배송을 촉진한 요소다.

미국 드론 배송 시장은 자체 물량을 소화하는 아마존과, 유통·외식 업체 물건을 대신 배송하는 전문 플랫폼을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알파벳(구글) 자회사 윙(Wing)과 스타트업 집라인(Zipline)이 대표적인 대리 배송 플랫폼이다. 윙은 월마트(생필품), 도어대시(음식 배달) 같은 대형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대형 마트 직원이 주문받은 물건을 포장해 주차장이나 옥상의 드론 픽업 공간에 두면, 윙의 드론이 갈고리로 낚아챈 뒤 날아가는 방식이다. 윙은 미국 전역 30여 곳에서 이 방식을 상용화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 개발 총괄 마이클 헤네시는 “현재는 교외 지역에서 주로 배송하지만 올해 안에 아파트같이 빌딩이 밀집한 지역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달할 음식 기다리는 로봇 지난 15일 미국 시카고시 니어 노스 사이드(Near North Side)의 한 식당 앞에서 코코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음식 조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카고=이영관 기자

◇시카고 거리에선 배달 로봇 돌아다녀

거대한 마천루 사이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쇼핑객과 직장인들로 붐비는 시카고 도심에서는 바퀴 4개짜리 자율주행 음식 배달 로봇들이 보행자들과 뒤섞여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5일 시카고의 웨스트 루프(West Loop). 맥도날드 본사를 중심으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유명 카페들이 밀집한 이 거리에서 마주친 자율주행 로봇은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보행자가 다가오면 잠시 멈추거나 비켜 갔다. 목적지인 오피스 빌딩 앞에 도착한 로봇은 손님을 기다렸고, 주문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자 박스 뚜껑이 열렸다.

배송 로봇 스타트업 코코로보틱스는 시카고에서만 1500여 개 매장과 계약을 맺고 배송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이 회사 멜리사 파스 CCO(최고상업책임자)는 “시카고를 포함한 미국 5개 도시, 핀란드 3개 도시 등에 배송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배달 비용이 치솟는 가운데 기술 혁신으로 비용을 먼저 낮추는 기업이 시장에서 승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 대도시들은 드론 배송망과 자율주행 로봇 배달망에 연결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배달 테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촘촘한 항공 규제와 도로교통법상의 제약, 고층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이라는 장벽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제 배달 로봇을 현장에 투입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생활용품이나 식료품을 배송하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B마트’ 배송용으로 10여 대를 운영하고 있다. 상용화 목적으로 테스트하는 단계로, 운영 범위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 B마트 도심형 유통센터 1.5㎞ 반경 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배달 로봇은 라이더 공급이 배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심 지역이 우선 도입 대상”이라며 “폭우·폭설이 내리거나, 주문 피크 시간대에 로봇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