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된 한일 관계 보며, 남편도 하늘서 기뻐하겠죠”
故아베 전 日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 인터뷰

“저는 정치인이 아니어서 국제 정세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남편의 뜻을 따라 세계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1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가 열린 지난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아베 아키에(安倍昭恵·64) 여사는 혼돈에 빠진 세계 질서에 관해 질문하자 수줍게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그는 지난 20일 ALC의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세션에 연사로 나서 우호적인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키에 여사는 연설에서 “현재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더욱 자유롭고, 개방되고, 따뜻해지고 있다”며 “남편도 이 모습을 보며 큰 기쁨으로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말의 의미에 대해 “남편은 생전에 미국·대만 등 많은 나라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구상을 세계에 처음으로 내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런 취지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됐고, 세계 평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결국 정치인들이 개인적인 우호 관계를 다지는 것이 관계 진전에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중국과 이웃한 한국과 일본의 안보와 방위 문제가 시급해지는 상황에서, 서방 진영에 속한 양국 관계의 진전이 전 세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퍼스트레이디로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신만의 확고한 메시지를 가진 ‘민간 외교관’으로 거듭났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공익재단법인 ‘사회공헌지원재단’ 회장직을 맡아 사회복지·청소년 육성·환경 보호 등 다양한 공익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아키에 여사는 “이번 주말 미국 하와이로 가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양국에 아픈 상처로 남은 진주만 공습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건을 동시에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한다”고 했다. 다음 달에는 과거 일본인들이 대거 이민을 갔던 브라질을 방문해 교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아키에 여사는 과거 아베 전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주요국 정상들과 친분을 이어가면서, 일본의 공식 외교를 측면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직후인 2024년 12월 미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부부를 만났고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대만의 경우 한 해 수차례 방문할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일에도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을 찾아 그곳에 설치된 아베 전 총리 동상에 헌화했다.
아키에 여사는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 차분하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꾸준히 좋은 관계를 이어오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 묻자, “남편이 총리일 때 대만이 일본과 굉장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남편의 동상까지 세워준 것에 늘 감사한다”면서도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세계 평화라는 큰 원칙이 중요하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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