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네이버와 기술 분리하고 카카오게임즈 품는다

이창균 2026. 5. 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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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태 2년
네이버가 일본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경영권을 나눠 가진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잃게 됐다. 지난달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그간 진행했던 시스템 분리 작업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에 대한 일본 내 서비스 개발과 운영 위탁 관계도 종료됐다. 라인야후는 사태의 명분이 됐던 개인정보 유출(2023년 11월)의 재발 방지 대책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고, 이후 회계 감사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야후는 최근 카카오의 게임 부문 계열사 카카오게임즈 인수도 확정해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2024년부터 2년여 간 진행된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서 이번 시스템 분리 완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라인야후가 기술적으로 네이버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과거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사실상 ‘탈(脫) 네이버 기술’을 이뤄냈음을 의미한다. 외신 보도와 관련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라인야후는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와 네트워크·서버를 포함한 모든 기술적 인프라 분리를 최종 완료하고 일본 정부에 보고했다. 기존 네이버 쪽에 남은 백업 데이터 역시 순차적으로 파기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뿐 아니라 네이버에 맡겼던 일본 내 서비스 개발과 운영권도 협력 관계 종료로 라인야후 쪽에 넘어갔다.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 동남아서도 인기
네이버의 지배구조에는 변동이 없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와 50%씩 공동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분법이익(투자회사가 피(被)투자회사의 순이익 중 자신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익계산서에서 이익으로 인식하는 회계 항목) 반영과 배당 등 재무적 이득은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 초기부터 가졌던 기술 주도권을 넘기면서 경영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이미 2024년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를 실시하면서 네이버 측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를 의미하는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요구한 전례가 있다”며 “네이버가 라인야후 투자회사로서 장기적인 실익이 미미하다고 판단하면 향후 지분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취약하고 발전 속도가 더뎠던 일본은 네이버의 기술력을 소프트뱅크의 자금력과 결합해 자국 내 라인 앱 생태계를 키웠다.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범국민적 메신저를 원했던 일본과 한국에서 카카오톡의 메신저 시장 선점 때문에 해외 개척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려야 했던 네이버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2011년 당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였던 NHN재팬이 라인을 개발했는데, 때마침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라인이 유용한 통신 인프라로 부각되면서 급성장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일본 내의 라인 이용자 수는 약 1억 명으로 인구 대비 점유율이 83%에 달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태국·대만·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9.3% 규모 성장(345억5218만 달러→768억3419만 달러, 마켓그로스리포트 추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메신저 시장을 ‘왓츠앱’ ‘텔레그램’ 등과 함께 이끌고 있다. 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라인은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이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때문에 치열하게 전개 중인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추진력을 가질 열쇠로 꼽힌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핵심이라, 라인의 데이터로 AI 모델의 훈련과 서비스 확장에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협력 구조 재편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을 이끄는 일본 재계의 거두,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 역시 AI에 대한 대대적 투자에 힘쓰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와 이해관계가 틀어졌고, 한국의 거센 반발 여론을 의식한 2년여의 장기전 끝에 기술적 결별을 마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학계는 이 같은 라인야후 사태와 AI 열풍을 계기로 부각된 ‘데이터 주권’ 개념의 중요성을 한국이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중국·유럽 모두 데이터 주권 사수를 중심으로 AI 관련 정책을 강화하면서 AI 시대에 대응 중”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미래에 대해선 복합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 중 하나인 라인에 대한 영향력이 대폭 줄어든 것은 분명 타격이 크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예고된 수순이었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일본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AI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한동안 경영 일선과 거리를 뒀던 이해진 창업자가 지난해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해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 전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보안 등 이유로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
네이버는 특히 라인야후 사태를 계기로 과거 라인에만 의존하던 동남아를 넘어,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투자법인(네이버벤처스) 설립 등으로 북미·중동 지역을 본격 겨냥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플랫폼 내 AI 활용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이용자 편의성과 체류 시간 개선을 노리고 있다”며 “장기전이 될 구글·앤스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경쟁에서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 내실을 다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회사의 기반인 국내에서 먼저 체감할 만한 AI 서비스의 완성도와 활용성을 제시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이르면 이달 중에 카카오게임즈 지분 약 3000억원 규모 인수를 마무리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카카오게임즈는 라인야후 측 투자법인인 LAAA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인수와 신주·전환사채 투자를 병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가 포털(야후재팬)과 라인 메신저에 게임 콘텐트를 공급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려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AI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비(非)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카카오게임즈 지분 일부를 라인야후에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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