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고, 죽고, 다시 시작하는 게임 속 숨은 ‘철학’

김광진 기자 2026. 5. 2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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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철학하기

주자안 지음 | 정세경 옮김ㅣ현암사 | 416쪽 | 2만3000원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국산 게임 ‘붉은 사막’. 가상의 대륙 파이웰에서 주인공 클리프는 폐허가 된 고향을 뒤로하고 다시 길 위에 선다. 숙적 ‘검은 곰’ 집단의 습격으로 가족 같던 회색갈기 동료들은 죽거나 흩어졌고, 그는 살아남은 이들을 찾아 세력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칼끝에 실린 것은 복수만이 아니다. 어느 마을을 지나칠지, 누구를 도울지, 어떤 실패를 다시 감당할지까지 플레이어가 매 순간 선택한다. 가상의 대륙은 결국 하나의 질문이 된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정말 자유로운가.”

대만 철학자이자 게임 매니아인 저자는 이 질문을 게임 밖으로 끌고 나온다. 게임은 개발자가 설계한 세계지만,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선택하고 죽고 다시 시작하며 자기만의 경험을 만든다. 책은 ‘블러드본’ ‘엘든 링’ ‘포켓몬스터’ 등을 통해 자유의지와 예술성, 죽음, 가상 세계의 의미를 묻는다. 5개의 스테이지와 23개의 질문 속에서 폭력 묘사, 성적 대상화, 커뮤니티의 차별과 ‘PC주의’ 논쟁도 비켜가지 않는다. 게임을 오락이나 중독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선을 거두면, 그 안에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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