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정책 희생양 된 상장 에너지 공기업

박종관 2026. 5.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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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못 올려 주주가치 훼손
'가·난·한 삼형제' 주가 뒷걸음질
박종관 경제부 기자

코스피지수가 7800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불장’이 이어지지만 유독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 종목이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가·난·한’ 삼 형제로 불리는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22일 종가 기준 난방공사와 한전 주가는 연초(1월 2일) 대비 각각 22.7%, 14.6% 하락했다. 가스공사는 2.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2.1%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86.7% 급등했다.

에너지 공기업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동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했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기를 도매가격에 사들여 시장에 공급하는 한전의 손익은 주요 발전원인 LNG 가격이 좌우한다. 발전용 LNG 가격이 상승하면 한전의 전력 구매 원가인 전력도매가격(SMP)이 따라 오른다. 원가인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했는데 판매가인 전기요금을 따라 올리지 않으면 그 손실은 한전이 떠안는다.

한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폭등한 2022년 32조655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경험이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전력도매가격보다 낮게 누른 결과였다.

LNG를 수입해 국내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공사도 정부의 요금 억제 정책으로 재무구조가 망가졌다. 가스공사는 LNG 수입 원가가 도시가스 요금(판매가)보다 높을 때 발생하는 적자를 미수금으로 회계처리한다. 지난 1분기 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3조3717억원에 달한다. 난방공사도 5577억원의 미수금을 떠안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삼 형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로 한전이 적자를 내면 한전 지분 36.84%를 보유한 91만2230명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 가스공사와 난방공사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는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상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기도 하다.

요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원료비 움직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원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운영하기만 해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증시 밸류업’에 발맞춰 에너지 공기업에 붙은 ‘정책 리스크주’ 꼬리표를 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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