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짙어지는 계절… 남도 숲으로 ‘쉼 여행’ 떠나볼까
신록 절정 5월…걷고 쉬며 치유하는 남도 여행
편백숲길·미로 등 보성 민간정원서 즐기는 감성
백운산 둘레길·계곡 품은 광양 '숲캉스'도 인기
“초록 쉼표 같은 공간” 여름 힐링 코스로 제격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도시의 회색빛 풍경에 지친 사람들에게 초여름 숲은 가장 확실한 위로가 된다. 나무는 연둣빛 잎을 한껏 펼쳤고, 계곡물은 겨우내 묵은 냉기를 털어내며 맑게 흐른다. 바람은 초여름 문턱의 냄새를 실어 나르고 있다. 전라남도 광양 백운산과 보성의 민간정원에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초록 쉼표' 같은 공간들이 숨어 있다. 남도의 숲과 정원으로 짧지만 깊은 휴식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1일 광양시와 보성군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 동부권에는 '숲캉스'와 '가드닝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소비형 여행보다 자연 속에서 머물고 걷고 쉬는 체류형 여행을 선호하는 흐름이다. 특히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은 숲과 정원이 가장 생동감 넘치는 시기로 꼽힌다. 초록이 완전히 짙어지기 전, 연둣빛과 초록빛이 공존하는 짧은 계절의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성은 차밭과 바다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정원 여행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보성에는 전라남도 민간정원 5곳이 등록·운영되고 있다. 각각의 정원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연을 가꾸며 살아온 정원주의 취향과 철학, 삶의 시간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숲길 하나, 연못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어 천천히 걸을수록 매력이 깊어진다.

260년 고택 품은 초암정원
득량면 오봉리에 있는 '초암정원'은 보성 민간정원 가운데서도 가장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3호로 등록된 이곳은 260년 세월을 버틴 종가 고택과 울창한 편백숲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정원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흙길은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연못과 한옥이 어우러진 갈멜정원
웅치면 봉산리의 '갈멜정원'은 보다 정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6호인 갈멜정원은 '신의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차분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약 3만4000㎡ 규모의 정원에는 소나무와 향나무 같은 명품 정원수가 정갈하게 배치돼 있고, 이끼정원과 연못, 분수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숲의 계절을 품은 성림정원
겸백면 주월산 자락의 '성림정원'은 숲 자체의 힘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윤제림'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60여년간 이어온 조림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된 숲정원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2호로 지정됐으며 지금은 오토캠핑장과 아치하우스, 야영장 등을 갖춘 산림복합문화 공간으로 확장됐다.

치유와 회복의 숲 선유원
보성읍 활성산 자락에 위치한 '꿈꾸는 숲 선유원'은 이름처럼 치유와 회복의 분위기가 짙은 공간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7호로 지정된 이곳은 자연 속에서 조용히 쉬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40년 넘게 자란 편백나무 숲과 300여종의 식물이 어우러져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녹차 미로 품은 감성 정원
보성읍 봉산리의 '골망태 요리사의 정원'은 보다 독특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25호로 등록된 이곳은 귀촌한 정원주가 약 4만5000㎡ 규모 부지에 직접 꾸민 공간이다. '골망태'는 밭곡식을 담는 그릇을 뜻하는데, 이름처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짙은 초록 품은 광양 백운산
보성이 '정원 여행지'라면 광양은 보다 역동적인 숲의 매력을 가진 도시다. 광양의 진산인 백운산은 5월이면 남도에서 가장 짙은 초록을 만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해발 1222m의 백운산은 등산과 둘레길, 계곡과 휴양림, 치유 프로그램과 숙박시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숲캉스'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운산에는 난이도와 소요시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8개 등산코스가 마련돼 있다. 초보 탐방객부터 숙련된 산행객까지 자신의 체력과 취향에 맞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섬진강과 광양만권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초록빛 숲과 물길, 도시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은 백운산만의 시원한 개방감을 만든다.
조금 더 여유로운 숲 여행을 원한다면 백운산둘레길이 제격이다. 총 9개 코스로 구성된 둘레길은 숲과 계곡, 마을과 산자락 풍경을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울창한 숲 사이로 작은 마을이 나타나고, 계곡물 소리가 발걸음을 따라 이어진다. 비교적 완만한 코스도 많아 가족 단위 여행객과 걷기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백운산 자락을 따라 흐르는 동곡·성불·어치·금천 계곡은 초여름 숲 여행의 청량감을 더하는 공간이다. 신록이 짙어진 숲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고 계곡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비교적 한적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숲속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다면 백운산자연휴양림도 좋은 선택지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과 휴양관 등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단순 숙박을 넘어 '치유형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백운산치유의숲은 숲길 걷기와 산림치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광양목재문화체험장과 백운산산림박물관도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좋은 코스다. 아이들은 목재 체험과 생태 전시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어른들은 숲이 주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머무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여행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