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연기 속 '초미세입자'… "환기해도 수개월간 벽에 남는다"

김진우 기자 2026. 5. 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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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넘어 뇌·혈관까지 침투… 단순 수증기 아닌 전자담배 에어로졸의 실체|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026년 4월 24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연구역 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2개월간 유예됐다. 시행 시점은 늦춰졌지만, 그동안 금연구역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앞으로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액상형 여부와 관계없이, 전자담배는 연기와 냄새가 일반 담배보다 덜하다는 이유로, 흡연자들 사이에서 '주변에 피해를 덜 준다'는 인식과 함께 비교적 부담 없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전자담배 배출물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나노 크기의 초미세입자를 포함한 에어로졸(aerosol) 형태다. 이 물질은 환기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벽지나 가구 표면 등에 장기간 남을 수 있다. 특히 초미세입자는 호흡기를 통해 혈관과 장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영유아나 반려동물에게는 '3차 흡연'이라는 또 다른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

과연 전자담배 에어로졸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실내 환경 속 잔류 물질은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성환 교수(가천대길병원)와 함께 전자담배 에어로졸의 위험성과 실내 노출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을 짚어본다.

전자담배 에어로졸, '초미세입자'… 세포 내 DNA 손상 유발할 수도
전자담배 에어로졸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다. 실제로는 '초미세입자(UFPs, ultrafine particles)' 형태를 띠며, 숨을 들이쉬면 호흡기를 거쳐 폐포에 도달한 뒤 주변 모세혈관을 통해 전신 순환계로 흘러든다. 문제는 체내로 들어온 이 초미세입자의 유해성이다. 정성환 교수는 "전자담배는 에어로졸 내 초미세입자 배출량이 매우 높으며, 기관지나 폐포의 세포 사이 공간을 통해 흡수돼 세포 자체를 손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활성산소종(ROS)을 생성하거나, 세포핵에 직접 침투해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인체 여러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전은 2025년 8월 국제학술지 『약리학 및 독성학(Pharmacology & Toxicology)』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입자는 염증 매개체인 사이토카인(cytokine) 분비를 촉진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여러 장기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호흡기에서는 기도의 점액 분비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폐를 넘어 혈관·대사계·뇌까지… 전신 건강 위협하는 에어로졸
전자담배 에어로졸의 유해성은 호흡기에 그치지 않는다. 폐에서 흡수된 초미세입자는 전신에 분포한 미세혈관을 따라 혈류에 섞여 주요 장기와 뇌, 신경계에까지 퍼진다. 정성환 교수는 "에어로졸 속 초미세입자는 전신 여러 장기의 세포에서 DNA 손상을 일으켜 유전독성(genotoxicity) 등 다양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심혈관계에서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오르고 동맥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확인됐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사계에 미치는 영향도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은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 발병 위험을 약 1.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뇌에서도 에어로졸 속 나노입자가 포도당 대사를 방해해 뇌졸중 발생 시 뇌 손상을 악화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학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환기 후에도 벽지·가구에 수개월 잔류… '3차 흡연' 주의해야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사용한 뒤 창문을 열어 환기하더라도 유해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담배 에어로졸 형태로 배출된 니코틴과 각종 화학물질은 공기 중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벽지·가구·의류·카펫 등의 표면에 흡착돼 수개월간 남아 있을 수 있다. 이후 표면에 남은 잔류 물질이 실내 공기 중 아질산(HONO) 등과 반응하면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 Tobacco-Specific Nitrosamines)과 같은 발암물질로 변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른바 '3차 흡연(third-hand smoke)'은 이렇게 표면에 남은 유해 물질을 다시 들이마시거나 피부를 통해 접촉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흡연 순간 발생하는 연기를 직접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건강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특히 바닥에서 생활하며 주변 표면을 손으로 만지거나 입에 가져가는 행동이 많은 영유아, 그리고 털에 잔류 물질이 축적될 수 있는 반려동물은 이러한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정성환 교수는 "면역 체계가 취약한 영유아나 반려동물이 이러한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비롯한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냄새가 사라졌다고 해서 유해 물질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성환 교수|출처: 가천대길병원

실내 및 차량 내 흡연 자제해야… 니코틴 패치 등 활용해 근본적인 금연 치료 권장
전자담배 에어로졸의 유해 물질은 환기만으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공기 중 물질은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지만, 초미세입자 형태로 표면에 흡착된 화학물질은 물리적인 세척 없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내나 차량 내부에서의 전자담배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아울러 표면에 축적된 화학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관리도 필요하다. 젖은 걸레나 스팀 청소기 등을 활용해 벽지·소파·카펫·차량 시트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면 3차 흡연의 원인이 되는 잔류 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자담배를 연초의 완전한 대체재로 여기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성환 교수는 "전자담배의 실내 흡연은 에어로졸 오염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실내 금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니코틴 의존성이 심할 경우에는 단순히 전자담배로 전환하기보다는 니코틴 패치나 껌 등을 사용해 의존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진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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