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꼼수?…아파트 관리비 제도 '대수술'

정용진 2026. 5. 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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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입주민 동의로 감사 면제 폐지... 전면 의무화 추진
전자투표 형식화 논란 속 관리비 투명성 강화
회계조작 처벌 강화... 관리주체 책임 대폭 확대
감사 비용 논란 속 장기적 관리비 절감 기대
[지데일리] 공동주택 관리비를 둘러싼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의 칼날이 더 날카로워졌다. 입주민 동의만으로 회계감사를 건너뛸 수 있었던 길이 막히면서 아파트 관리비 운영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회계감사 생략을 가능하게 했던 입주자 동의 요건을 폐지하고 모든 단지에 감사 의무를 확대한다. 관리비 투명성 강화와 부당 집행 차단을 위한 조치로, 처벌 수위도 함께 높인다. AI생성

국토교통부는 21일 공동주택 회계감사 제도를 손질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관리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회계감사 생략을 가능하게 했던 입주자 동의 요건의 전면 폐지다. 

그동안 300가구 미만 단지는 입주자 과반, 300가구 이상 단지는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연도의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예외 규정을 없애고 모든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이 매년 감사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제도는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승강기가 설치된 150가구 이상 단지 등에 대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감사 결과는 보고 후 1개월 내 입주자대표회의에 전달되고, 홈페이지나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된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규율을 사실상 전면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리비 사용 내역을 둘러싼 투명성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허점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정책 방향의 전환은 이례적이다. 2004년 말 국회 논의 당시 국토교통부는 입주자 자치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예외 규정 삭제에 반대했다. 공동주택 관리를 사적 자치 영역으로 보고, 일률적인 의무 부과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흐른 지금 정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공동주택 규모가 커지고 관리비 규모 역시 커진 현실에서 자율에 맡기기에는 감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토부는 특히 전자투표 확대가 오히려 형식적 동의를 양산하는 구조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안건을 세밀하게 검토하기보다 관성적으로 동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관리주체가 찬성을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감사 생략이 반복되면 관리비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비용 부담 논란도 예상된다. 회계감사 의무화는 관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감사 강화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당 입찰이나 공사비 부풀리기, 각종 누수 비용 등을 조기에 적발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리비 절감 효과가 감사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처벌 규정도 한층 강화된다. 관리비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조작하다 적발될 경우 형량은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의 장부 열람 요구를 거부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 역시 500만 원 이하에서 1000만 원 이하로 올라간다. 관리비 운영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묻겠다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공동주택 관리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관리비는 입주민 생활과 직결되면서도 세부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사 의무가 강화되면 관리주체의 책임성과 입주민의 감시 기능이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감사 절차가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감사 품질을 확보하는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6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동주택 관리의 기준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관리비를 둘러싼 오랜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지, 제도 변화의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