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문화톡] 교실로 들어온 아이돌 육성…꿈과 교육의 균형은

김윤희 작가 2026. 5. 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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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한 주간의 문화 소식을 짚어보는 10분 문화톡 시간입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POP 열풍 속에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면서 학업 단절이나 정신적 피로 같은 그늘도 짙은데요.

최근엔 공교육 안에서도 K-POP 전문학교들이 늘고 있는데, 꿈을 좇는 청소년들의 권리를 지키며 안전한 진로를 열어줄 방법을 짚어보겠습니다. 

연습생과 아이돌 활동을 직접 거쳐 현재는 육성 시스템을 연구 중인 허유정 중앙대 연구원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너무나 혹독한 훈련을 거치는 방식이 오늘날의 K-POP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런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은데요.

연구원님께서는 현장에도 계셔 보셨고 지금 연구도 하고 계신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아이돌 육성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다수 선발·집중 훈련·소수 데뷔를 전제로 설계되었는데요, 이 구조에서 연습생들은 장기간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며, 탈락을 전제로 한 경쟁에 상시적으로 노출됩니다. 

사실 저도 이 시스템을 몸으로 겪었습니다.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를 했고, 이후 기획사 신인개발팀에서 일하며 구조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당시를 돌아보면, 연습실에서는 끊임없이 평가받지만 학교에서는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계적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 연습생이 데뷔에 실패할 경우, 학업·경력·정체성 모두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육성시스템은 '꿈을 제공하는 구조'인 동시에, 그 꿈을 매개로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또한, 아이돌 데뷔 성공률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나도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현재의 불안정과 자기착취를 정당화하는 정동적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육성시스템은 사실 아이돌이라는 꿈을 매개로 불안정성을 견디게 만드는 메커니즘이기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최근에는 K-POP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까지 생기고 있거든요.

이렇게 육성 시스템이 공교육 안으로까지 들어오고 있는 배경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아이돌 육성시스템의 교육화는 산업, 사회, 교육제도의 변화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산업적으로는 K-pop의 글로벌 확장으로 관련 직업 수요가 늘었고, 사회적으로는 아이돌이 하나의 유망한 진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교육제도가 반응하면서 K-pop 관련 학과와 특화 교육과정이 생겨났고, 사교육 시장 역시 이를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포착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돌 육성은 더 이상 기획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학교와 학원까지 연결된 교육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돌 준비는 단순한 개인의 꿈이나 오디션 준비를 넘어, 입시와 취업 사이에 놓인 하나의 진로 준비 과정처럼 제도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예전에는 아이돌 준비하느라 공부를 그만두는 경우도 참 많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교육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런 문제들을 좀 해결할 수 있을까요?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분명 완화 효과는 있습니다. 

예술중·고등학교나 K-pop 특화 교육과정은 연습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돌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학업과 연습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학교 기반 교육은 학생들이 제도 안에서 수업을 듣고 훈련을 받으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는 아이돌 준비 과정이 '비제도적 영역'에서 '제도권 교육'으로 일부 편입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분명히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교실마저 또 다른 오디션장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도 있거든요.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저도 사실 그거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데요. 

'교실 속 아이돌'은 단순한 기회의 공간만은 아닙니다. 

학교 안에 오디션과 기획사 연계가 일상화될수록, 학생들은 수업 과정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게 됩니다. 

이는 경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이른 시기에 내면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구조를 기획사, 사교육, 학교가 상호 결합된 '아이돌-교육 복합체'로 보고 있습니다. 

이 복합체가 교육적 대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데뷔 실패 이후의 경로가 제도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예술, 콘텐츠 기획, 안무, 매니지먼트 등으로 확장 가능한 진로 체계가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결국 학교 기반 아이돌 육성의 의미는 데뷔 기회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데뷔하지 못하더라도 학업과 진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학교가 '얼마나 안전한 전환 경로를 마련해 주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실제로 최근에 유명 대형 기획사가 또 대형 입시학원과 손을 잡고 강남에 아카데미를 세운 사례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른바 '아이돌-교육 복합체'가 생겨나고 있는 셈인데 이런 삼각 구조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기획사와 입시학원의 결합은 기획사 내부 육성시스템의 매뉴얼이 사교육 시장의 표준 커리큘럼으로 외부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제휴 학원을 통해 '자사식 훈련'을 받은 지망생을 선별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학원 입장에서는 입시 브랜드와 K-pop 브랜드를 결합해, 학부모에게 '입시와 아이돌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시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 학원, 학교는 각기 다른 논리로 움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는 교육 인프라의 확장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데뷔 구조와 사교육 의존을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으로도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 구조는 교육 인프라이면서 동시에 지망생을 특정한 기준 안에 묶어두는 관리 장치로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여러 가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데 지금 이 논문에서 지망생들이 연습을 시작한 지 '13개월'이 되는 시점이 중요하다 이런 아주 흥미로운 분석을 하셨더라고요.

지금 너무나 낮은 성공 확률을 뚫기 위해서 아주 이른 나이부터 경쟁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도중에 낙오되거나 상처받지 않으려면 시스템 개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허유정 연구원 /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콘텐츠경영

저는 이제 연구를 하면서 느낀 게 굉장히 많은 지망생들이 미성년자예요.

많은 지망생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화된 연습 기간은 단순한 진로 준비의 시간이 아니라 정서 발달과 학업, 또래 관계, 자기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입니다. 

문제는 연습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미 들인 시간과 비용 때문에 스스로 중단하거나 방향을 바꾸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13개월이라는 임계점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입 시점을 구체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즉, 추상적인 지원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서 심리 상태와 진로 지속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학교, 학원, 기획사가 협력해서 일정 시점마다 심리 상태와 진로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상담이나 휴식, 진로 재설계의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습 기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점마다 멈춰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아이돌 육성시스템은 비로소 청소년의 성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K-POP 산업이 커지는 만큼 아이돌 꿈꾸는 청소년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또 새로 생기게 되는 K-POP 학교의 역할도 더 많은 연습생을 배출하는 게 아니고 데뷔라는 1%,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문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렇게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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