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이번엔 "식민지 노예제 '흑인 법전' 폐지하자"
마크롱, 배상 문제도 거론했지만 "허황한 약속은 안 돼" 신중 입장
![식민지 노예제 규정한 왕실 칙령 폐지 제안하는 마크롱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2/yonhap/20260522190404268kkso.jpg)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과거 프랑스 식민지의 노예 제도를 규정한 왕실 칙령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노예제와 노예무역을 '반인도적 범죄'로 인정한 일명 '토비라법' 제정 25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 일간 리베라시옹 등이 전했다.
2001년 5월 1일 제정된 '토비라법'은 대서양·인도양 노예무역을 인정하고 세계 최초로 노예제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했다. 학교 교육에 노예제 역사를 포함하고 국가 차원의 기억·추모 정책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을 제출한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 흑인 여성 정치인 크리스티안 토비라 의원의 이름을 땄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토비라법 제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부가 한발 더 나아가 프랑스 식민지 노예제의 법적 토대였던 '흑인 법전' 폐지 법안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흑인 법전은 17∼18세기 프랑스 왕정 시절 제정된 법령으로, 식민지에서 노예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문서다.
프랑스는 1848년 노예제를 최종 폐지했으나 이들 왕실 칙령은 공식적으로 폐지된 적이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결코 존속해서는 안 될 법안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는 "과오", "일종의 모욕"이자 "공화국이 상징하는 가치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식민지 노예제와 관련한 배상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범죄를 배상할 수 있을까. 이는 회피해서는 안 될 질문"이라며 다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허황한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이 범죄를 결코 완전히 배상할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 피해를 돈으로 정확히 환산할 수도 없고, 이 역사를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는 말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인정과 배상은 우리가 모두 함께 프랑스와 공화국의 이 큰 슬픔을 짊어지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3월 유엔 총회에서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과 노예제를 "가장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로 인정하는 결의안 표결 당시 프랑스가 취한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이 결의안은 과거 노예무역 국가들이 제공해야 할 재정적·상징적 배상 문제에 대한 논의 개시를 촉구했는데 당시 프랑스는 "반 인류 범죄에 서열을 매길 수 없다"는 논리로 기권했다. 프랑스의 이런 입장은 아프리카와 해외 영토 선출직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래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노예제 희생자 기념비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기념비는 내년 초 세워질 예정이다.
최근엔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문화재 반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공포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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