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록숲 사이 오색 연등… ‘800년 고찰’ 수원 봉녕사, 부처님 미소가 절로
주말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행사 준비 분주
1208년 원각국사가 창건… 비구니 교육도량
흑백요리사2 출연 선재스님, 봉녕승가대 출신
2030 불교 관심 많아져… 젊은층 눈에 띄어
“생각보다 규모 크고 깔끔” “산책 코스로 즐겨”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둔 사찰 내부는 일찌감치 축제의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가지각색 연등이 길목마다 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렸다. 아직 붐비지는 않지만 신도와 시민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고, 한쪽에서는 작업자들이 흰 천막을 세우는 등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22일 오후 찾은 수원시 팔달구 봉녕사. 며칠 전 비가 그친 뒤라 사찰을 감싸고 있는 숲은 더 선명한 초록빛이었다. 봉녕사 대적광전 앞에서는 목탁 소리를 배경으로 신도들이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산책객들은 분수 조경과 석조물을 찬찬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기대감과 사찰 특유의 차분함이 공존했다.
봉녕사는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고려시대인 1208년 원각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대표적인 비구니 승가 교육도량으로,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도 이곳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했다. 특히 선재스님이 지난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출연하면서 봉녕사도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봉녕사를 찾은 신도 중에는 젊은 층이 눈에 띄었는데, 최근 불교가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나흘간 약 25만 명이 다녀갔으며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였고, 종교가 없는 관람객도 48%에 달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봉녕사를 찾았다는 박준태(38)씨는 “회사 근처라 점심을 먹고 산책 겸 들렀다. 부처님오신날 준비가 어떻게 돼 있는지도 보고 싶었다”며 “처음 와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불자가 아니어도 행사나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 신도인 최민지(25)씨도 “평소 산책 코스로 즐겨 찾는다.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는 오지 못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들렀다”고 전했다.


사찰 안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도 자리했다. 봉녕사 용화전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제151호인 ‘수원 봉녕사 석조삼존불’이 봉안돼 있다. 1970년대 법당 터 보수 중 땅속에서 발견됐으며 1994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얼굴과 세부 표현은 오랜 세월이 흘러 마모됐지만 연꽃무늬 대좌와 앉은 자세가 고요한 인상을 풍겼다.
용화전 앞에서 만난 장주연(57)씨는 신도가 된 지 10여 년째로, 봉녕사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씨는 “각자 맡은 일이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어 신도들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봉녕사는 도심에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청정하다. 이곳에 오면 잠시 뭐든 잊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부처님오신날 당일 봉녕사는 신도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전망이다. 봉녕사 관계자는 “오는 24일 오전 9시 아기부처님 이운식과 욕불식을 시작으로 하루 행사가 이어진다”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만) 대략 1만 명 정도가 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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