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지대’ 놓인 경계선 지능 학생…성장 발판 마련 시급

인지·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된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한 명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법 제정과 맞춤형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인권센터는 2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광역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및 느린학습자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사진)’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통합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학교폭력, 교육권 침해 사례 등을 파악하고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일반학급의 학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소외되는 점을 우려했다. 자신의 인지 수준과 속도에 맞춰 배울 권리가 있음에도 현재의 교육현장은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점점 산만해지고, 이것이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전부 비장애인 기준으로 세팅이 돼 있다”며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장애·비장애 통합학교와 대상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콘텐츠, 정부 차원의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수민 변호사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장애학생 관련 조항’에 경계선 지능인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조항은 장애를 가진 학생이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렸을 때 심의 과정에서 특수교육·장애인 전문가를 출석하게 하는 등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서울·강원·충북교육청 세 곳만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조례에 경계선 지능인을 포함했다. 성 변호사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포함한 조례 신설과 전담조사관 제도 의무화, 장애 분야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 배치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산시교육청에 교육조례 개정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이동훤 장학사는 “아직까지 느린학습자와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용어조차 혼용되는 상황”이라며 “경계선 지능인은 회식 지대에 놓여있다”고 꼬집었다. 인구가 줄면서 교육이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장학사는 “지금은 시·도·지자체마다 용어도 제각각 다르고, 조례도 따로 마련돼 있다”며 “우선 정부 차원에서 법을 제정해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예룸예술학교의 김수완 교장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학교 밖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경계선 지능인이 학교 안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분노 조절 등 훈련이 안 됐을 때 자신이 받았던 피해가 가해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김 교장은 “국회에서 경계선 지능인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용어 정리도 되고, 경계선 지능인 관련 예산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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