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내년엔 100조 …"지급기준 바꾸고 사용처 늘려야"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6. 5.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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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개편 1순위 된 교육교부금 왜?
학령인구는 38% 줄었는데
50년째 내국세 20.79% 배정
학교는 돈쓸 곳 없어 '비명'
보드게임 사고 시설보수 반복
학생수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 현장에 무조건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국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했다.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50년 전 설계된 경직적 배분 방식이 경기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현장의 예산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퇴임 전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4조8000억원 들어가 있다"면서 "과거 우리나라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울 때는 굉장히 바람직한 지출 항목이었지만, 지금같이 초과 세수가 생겼을 때는 경기 대응에 쓰이지 못하는 경직적인 예산이 돼버렸다. 이런 방식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7월 출범할 재정운영전략위원회의 1호 안건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포함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내국세와 연동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이 재정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중등 교육 예산 증액이 사교육비 경감 등 실질적인 정책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비판의 주요 근거다. 이에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초·중등 교육 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확보된 재원을 신산업 육성 등 고등 교육 및 전략산업 분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중등 학령인구는 20년 전인 2006년 791만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492만명으로 38% 급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 43조2000억원이었던 교부금은 올해 추경 기준 76조3000억원으로, 8년 만에 약 76.6% 급증했다. 이는 현행법상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도록 명시된 '내국세 연동 방식'에 따른 결과다. 1972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시행 당시의 취지와 달리 현재는 예산의 비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26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 과정에서 내국세 연동 조항에 따라 약 4조8000억원의 예산이 지방교육청에 배정됐다. 특히 해당 예산의 상당 부분이 시설 개선이나 급식 지원 등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에 집중되면서, 학습권 강화와 직접 연관된 지출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4월 편성한 7532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중 2322억원을 학교 시설 여건 개선에 배정했고, 인건비 항목으로도 896억원을 증액했다.

연간 총예산 규모가 11조원을 상회하는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학생 1인당 스마트 기기 1대 지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기 파손 시 학생 부담금을 4만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를 교육청이 보전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예산의 활용처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가 교실용 보드게임 세트를 대량 구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학교는 태블릿PC와 도서 등 필수 교구가 이미 구비된 상태에서 예산 여력이 남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교육청도 3202억원에 달하는 추경 중 1202억원을, 강원교육청은 3325억원의 추경 중 823억원을 학교 시설 개선에 투입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학교의 시설 개선을 문재인 정부 때 이미 많이 진행했는데, 10년도 안 돼 노후화를 이유로 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특히 지방일수록 학생 수가 줄어 통폐합이 고려되는 곳도 많은데, 너나없이 시설 보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당국은 이에 2022년 초·중등 교육 예산 중 일부인 9조7400억원을 대학 지원으로 쓰게끔 제도를 일부 개선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대로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한다는 연동 방식엔 손을 대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법인세와 소득세 등 내국세수 증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 역시 가파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약 100조원 안팎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교육청에 추가로 배정되는 예산만 20조원을 상회하게 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앞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초선 의원 시절에는 내국세 비중 확대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그사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현재 지방교육재정은 일반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변화된 인구 구조와 재정 형편을 고려해 향후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내국세의 19.24%와 20.79%로 각각 분리 배분되는 두 재원을 합한 총 40.03%를 지자체에 일괄 교부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현행 교육재정 배분 방식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합하는 문제라든가, 혹은 대학 몫까지 확대하는 등의 논의는 모두 공급자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라며 "수요자인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 학생 1인당 얼마나 예산이 필요한지를 따져보고 이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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