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소리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北 내고향에 패배'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의 감사 편지

[포포투=김아인]
AWCL에서 끝까지 분전했던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이 대회를 마친 뒤 팬들과 언론을 향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수원FC 위민은 사상 첫 AWCL 결승 진출이 무산되고,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수원FC 위민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 준결승에 올랐다. 미얀마 원정과 디펜딩 챔피언 우한장다를 4-0으로 꺾고 홈에서 내고향을 맞이했다. 전반 내내 경기를 압도했고 후반 5분 하루히의 선제골로 기세를 잡았으나, 후반 10분과 22분 내고향에 연속 헤더 골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32분에는 에이스 지소연이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지만, 실축하면서 결국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날 경기는 8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남북 팀 간의 맞대결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성된 3,000명의 공동응원단은 엄연한 클럽대항전임에도 불구하고 홈 팀인 수원FC 위민보다 북한 내고향 팀을 향해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수원FC 위민의 찬스가 무산되면 환호하고 내고향의 득점에 더 크게 호응하는 등, 수원FC 위민 선수들은 안방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외롭고 서러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길영 감독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박길영 감독은 "궂은 날씨에도 찾아와 주신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을 증명하기 위해 꼭 이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솔직히 이렇게 많은 관중과 취재진 앞에서 경기한 게 처음이라 설레고 반가웠다"면서 "아직 우리 환경은 열악하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여자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고 팬분들이 경기장에 한 번이라도 더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현장 취재진은 온전한 홈 이점을 누리지 못한 박길영 감독을 향해 위로와 격려가 담긴 이례적인 박수를 보냈다.
박길영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공식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남겼다. 박길영 감독은 폭우 속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팬(포트리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구단 프런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특히 취재진을 향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보내주신 박수 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패장에게 그런 갈채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잘 알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관중과 기자가 모인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WK리그와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길영 감독 메시지 전문]
수원FC 위민을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수원FC 위민 감독 박길영입니다.
지난해 11월,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의 첫발을 내딛던 날부터 오늘까지, 저희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폭우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저희 선수들의 이름을 외쳐주신 포트리스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5월 20일, 그 밤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지켜준 그 자리 하나하나를 보며 저와 선수들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늘 한결같이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보내주신 언론 관계자분들의 박수 소리 역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패장에게 그런 갈채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렇게 많은 관중, 이렇게 많은 기자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저희에게는 처음이었고, 큰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WK리그와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선수단과 함께 달리고 있는 수원FC 프런트 가족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준결승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습니다.
저희는 반드시 WK리그 정상에 다시 서서, 다시 한번 아시아 챔피언의 자리에 도전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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