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아연 늘린 벼’ 필리핀서 상업재배 허가…‘유전자변형’ 논란 벽 넘을까
미량영양소 결핍 아동 겨냥 세계 첫 승인
품종 등록·종자 증식 등 절차 남아
최근 법원 제동으로 GMO 일부 재배 금지
실제 농가 보급 이뤄질지 주목

필리핀 정부가 철분과 아연 함량을 대폭 높인 유전자변형(GM) 벼 ‘HIZ039’의 상업 재배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소아 빈혈과 성장부진 등 미량영양소 결핍 문제 해소를 겨냥한 조치지만, 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단체의 법적 도전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전자 조작으로 철분·아연 함량 높여=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농무부 산하 식물산업국은 철분과 아연 함량을 끌어 올린 GMO 품종 HIZ039에 상업 재배 바이오안전성 허가증을 발급했다. HIZ039는 필리핀 쌀 연구소(PhilRice)가 주도하고 국제미작연구소(IRRI) 등 세계 여러 연구기관이 협력해 개발한 품종이다. 벼에 야생 사과 유전자를 도입해 일반 쌀 대비 아연 함량을 2배 이상, 철분 함량을 3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제농업생명공학정보서비스(ISAAA)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밥을 지을 때 HIZ039를 활용하면 취학 전 어린이와 임신·수유 중 여성의 일일 철분·아연 권장량 30~50%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분과 아연 부족은 빈혈, 성장 부진, 면역력 저하, 뇌 발달 이상과 연관성이 있다. 필리핀에서는 이 같은 미량영양소 결핍이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GMO 종자를 농가에 보급하려면 ▲연구소 내 밀폐 실험 ▲야외 시험재배 ▲식품·사료 안전 심사 ▲상업 재배 허가까지 단계별 심사를 순서대로 통과해야 한다. HIZ039는 마지막 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정부의 별도 허가 없이는 재배·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아시아 최초 GMO 허가국=필리핀은 2002년 Bt(해충저항성 유전자 삽입) 옥수수의 상업 재배를 아시아 최초로 허가한 나라다. 이후 비타민A 결핍을 막기 위해 베타카로틴을 강화한 ‘황금쌀’(2021년), Bt 가지(2022년), Bt 목화(2023년) 순으로 허가를 이어갔다. 필리핀 내 Bt 옥수수 재배 면적은 2003년 1만700㏊에서 2024년 2월 기준 70만9000㏊로 늘어 전체 옥수수 재배 면적의 약 85%를 차지한다.
그러나 2024년 4월 필리핀 항소법원이 황금쌀과 Bt 가지에 대해 “안전성에 완전한 과학적 합의가 없다”며 재배 중단을 명령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농민단체 마시팍(MASIPAG)과 그린피스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으로 법원은 헌법상 환경권을 근거로 안전 입증 책임을 개발 측에 지웠다.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5월 기준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보급까지 1~2년, 법적 변수도 남아=HIZ039는 품종 등록과 종자 증식, 인증 등 1~2년의 추가 절차를 거쳐야 농가에 보급될 수 있다. 법원이 HIZ039에도 황금쌀과 Bt 가지와 비슷한 재배 중단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린피스 필리핀은 HIZ039에 대한 공식 견해를 아직 내놓지 않았다. 필리핀 쌀 연구소는 황금쌀 형질까지 결합한 벼 품종 개발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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