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1원 급등 1517.2원 마감…'1520원 턱밑' 당국 구두개입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엔화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1.1원 오른 1517.2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날 환율은 장 초반만 해도 전날보다 소폭 낮은 1504원대에서 출발했지만, 곧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오후 들어 오름폭이 더 커지며 장중 한때 1519.4원까지 치솟아 1520원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환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불안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했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무기급에 가까운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에선 종전 합의 기대감이 한풀 꺾였습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기업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집니다.
실제 아시아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가격은 장중 1% 넘게 오르며 배럴당 90달러 후반대에서 거래됐습니다.
일본 엔화 약세도 원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정부가 중동 위기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 검토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고, 원화도 같은 흐름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이날 순매도 규모는 1조9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커지게 됩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도 공개 경고에 나섰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 시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날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악재보다는 시장 수급과 대외 변수에 따른 단기 충격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환전 수요, 국제 유가 상승, 엔화 약세 등으로 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높았다"며 "원화 자체의 뚜렷한 요인보다는 달러화 수급 요인 탓에 환율이 과하게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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