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스타벅스다” 극우의 반작용…불붙은 스타벅스 5·18 논란 종착지는 어디?

이번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스타벅스’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마케팅 논란은 전국적인 불매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반면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맞서 이른바 ‘스벅 풀매운동(구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스타벅스 논란은 어디까지 번질까요?
5·18에 “책상 탁!”…과거사 희화화 마케팅
논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6주년인 지난 18일 시작됐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스타벅스는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공식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앱) 등에 홍보물을 게시했습니다. 여기에는 ‘탱크데이’라는 문구와 함께 날짜 ‘5/18’이 강조됐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됐습니다.
이를 두고 5·18 당시 계엄군의 광주 시내 탱크 진입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당국의 해명인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당일 “저질 장사치”라고 비판하며 법적 책임을 언급했습니다.

불매 운동에 “우리가 스타벅스” 극우 반작용
논란은 곧 소비 거부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스타벅스 머그컵과 텀블러를 파손하는 영상을 SNS 등에 공유하며 불매 운동에 나섰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2일 정부 차원의 불매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전날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시민들과 만나던 중 커피를 주문하던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게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고 물으며 스타벅스에 대한 문제 인식을 재차 드러냈습니다.
반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대표적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스타벅스 구매 인증 사진과 함께 5·18 및 광주를 희화화하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탱크데이’ 등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며 조롱을 이어갔습니다.
커뮤니티 ‘애국대학’은 광주 5·18 민주광장 앞에서 스타벅스 유니폼 등을 입은 캐릭터들이 ‘우리가 스타벅스다’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는 모습의 AI(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풀매 운동’을 홍보했습니다. 애국대학은 2024년 불법계엄(내란) 당시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가 극우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잊을만하면 다시 생겨나는 논란
이번 스타벅스 사태와 비슷한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습니다.
2019년 의류 브랜드 무신사는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 하고 말라서”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가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같은 해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역시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업 마케팅과 방송 콘텐츠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올바른 역사의식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반복됐습니다.
“예견된 사건”…정치권이 만든 토양
이번 사태가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는 기업 마케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오랜 기간 반복돼왔기 때문입니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국회 공청회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거나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표현해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2024년에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5·18 ‘북한 개입설’ 옹호 인사를 “다양성”을 이유로 공천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반복된 역사 왜곡과 망언이 과거사 관련 사회적 금기를 허물었다고 지적합니다. 극우 문제를 연구해 온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사회 지도층이 도덕적 금기를 깨기 시작하며 ‘이런 이야기를 공적 공간에서도 해도 된다’는 암묵적 허용이 생겼다”며 “이번 논란마저 진영 논리로 소비된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매’를 넘어선 민주주의의 고민
이번 사안을 단순한 마케팅 실패나 일회성 논란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왜 한국 사회에서 5·18 희화화가 반복되는지 그 배경과 구조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불매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반민주적 사고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기업과 정치권 모두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에 서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어린 시절 광주 사진첩을 보며 자신에게 던진 질문을 소개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이번 스타벅스 논란 역시 같은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연 ‘폭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지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사를 더 읽고 싶으시다면? ▼
https://www.khan.co.kr/article/202405021630001#ENT
https://www.khan.co.kr/article/202005180600015#ENT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150600081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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