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믿고 맡겼는데"... 건설 브로커 된 권익현 부안군수
전북 부안군수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권익현 후보는 2018년부터 군수직을 지낸 재선 현직 부안군수로 3선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권 후보가 현직 군수의 신분으로 지역의 유력 사업가에게 특정 건설업체를 소개하는 등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다운해서 하면 가능하죠?” 현직 군수의 전화
오토바이 수입업체인 모터뱅크의 이진수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고향 부안에 회사 지점 설립을 추진했다. 이 회장은 지점 설립에 필요한 건물을 짓기 위해 건설업체를 수소문 했고, 10여개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았다.
그 중 한 업체와 계약을 추진하던 이 회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권익현 군수였다. 권 군수는 이 회장에게 특정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당시 권 군수가 “김OO이라는, J건설을 이야기하면서 거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자신은 “군수님 무슨 얘기인지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J건설의 공사대금 견적이 다른 입찰 업체 평균보다 10억 원 이상 비쌌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난색을 표하자, 권 군수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〇이진수 / 모터뱅크 회장 : 중간치하고 J건설 거하고는 한 11억 차이가 나버리네? (중략)
●권익현 / 부안군수 : 그렇게 해서 그렇게 좀 다운해서 하면은 가능하죠?
〇이진수 / 모터뱅크 회장 : 그러니까 원래는 이게 공식적으로 하면 안 되는데
●권익현 / 부안군수 : 그렇죠
〇이진수 / 모터뱅크 회장 : 굳이 한다면 견적서를 새로 받아야죠. 내가 안 받은 척하고.
●권익현 / 부안군수 : 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 권익현 부안군수-이진수 모터뱅크 회장 통화내용(2021.7.22.)

결국 이 회장은 2021년 9월 권 군수가 소개한 J건설에 공사를 맡기고, 초기 공사 비용 10억 원을 지급했다. 이 회장은 “군수님이 전화 왔기 때문에 다른 데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 고향 이 지역사회에서 행정기관하고 불편한 관계를 맺고 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군수의 소개로 공사를 따낸 J건설은 땅을 파는 기반 작업을 진행하다 돌연 공사를 멈추더니, 2023년 3월 부도를 냈다. 이 회장의 회사 모터뱅크는 초기 공사비용 10억 원 중 2억50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이진수 회장은 J건설 대표와 김 모씨를 고소했지만, 권 군수가 소개한 J건설 김 씨는 '가짜 사장'이었다.
김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은 "J건설 사장이 아니"라며 "당시 공사 좀 따 달라고 (J건설) 사장이 말해서 내 사장 명함을 파가지고 내가 그놈(명함)을 가지고 견적 좀 참여시켜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씨가 가짜 사장이었고, J건설은 부도가 났기 때문에 이 회장은 피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이번엔 능력 있는 회사”... 또다시 건설업체 추천한 군수
자신이 소개한 업체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진수 회장에게, 권 군수는 황당하게도 또다른 건설업체를 소개했다. 권 군수가 이 회장에게 ‘M건설은 능력 있는 회사다. 그러니 돈 떼먹고 도망가지는 않는 회사니까 믿고 해도 될 것이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은 “진짜 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구나. 첫 번째는 어쩔 수 없이 그게 실수가 있었을망정 이번에는 진짜 좋은 능력 있는 사람이 해주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권 군수와 M건설 대표는 오랜 친분을 맺어온 관계였다. M건설 대표는 취재진에게 "아버지가 민주당 부위원장을 하실 때 군수님이 국회의원 김진배 의원님이었다. 권 군수가 거기 보좌관이었다. 그때부터 가족끼리 친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 마무리 즈음인 2023년 2월, 또 다시 분쟁이 발생했다. M건설이 이 회장 측이 공사 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회장 측은 M건설이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공사 대금을 요구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감정사를 통해 누락된 공사를 확인했고, 결국 M건설이 이 회장 측에 1억 원을 주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지방선거 앞두고 입막음”... 합의 조정 나선 군수와 측근들
그런데 M건설이 지급해야 할 합의금 1억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도 권익현 군수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2024년 4월28일, 권익현 군수는 측근으로 알려진 지역신문사 J일보 최 모 기자와 J일보 사무실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권익현 / 부안군수 : 하여간 아니 그러면 그러면 이렇게 해 봐. 그냥 우리가 물론 해결은 OO이(M사 대표)가 해야 될 일이지만 그러면 제가
〇최ㅇㅇ / J일보 기자: 가서 한번 내가 얘기는 더 해볼게요. 해보고 하는데
●권익현 / 부안군수 : 아니 그리고 정확하게 여기서 요구하는 게 얼만가를 딱 얘기를 해야지 (중략)
●권익현 / 부안군수 : 공사 좀 똑바로 하지… 우리 관급 공사도 해놓으면 다 그래. 왜 그런가 모르겠어.
〇최ㅇㅇ / J일보 기자 : 군수님이 OO이(M사 대표)한테요. 잘 좀 해라 하고 그냥 그 이상도 그렇게 하라 하지 마세요. (중략) 내가 어차피 총대 맨 거 내가 마무리하려고
- 권익현 부안군수-최OO J일보 기자-이진수 회장 측 미팅 (2024.4.28.)

그로부터 한 달 뒤 지역 언론사 최 모 기자가 1억 원을 현금 다발로 들고 이 회장을 찾아왔다. 이 회장은 "이 많은 현금을 받을 수가 없다. 통장으로 줬으니 통장으로 넣어달라"며 최 기자를 돌려 보낸 뒤, 다음날 계좌로 1억 원을 입금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이번에는 공사 중인 건물의 바닥 콘크리트와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회장은 하자 보수를 요구했지만 M건설은 1년 반이 지나도록 꿈쩍도 하지 않았다. M건설을 소개한 권익현 군수 역시 나몰라라 했다.
참다못한 이진수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제가 겪을 일들을 양심 고백과 함께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부안군수 민주당 후보 경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권익현 군수의 측근이자 부안 지역의 재력가 임 모 씨가 찾아왔다. M건설이 지급하는 하자 보수 비용이라며 대뜸 3억 원의 현금 다발을 내밀었다.

민주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폭로를 예고하자 1년 반 동안 꿈쩍하지 않던 M건설 측이 갑자기 3억 원을 내놓은 것이다.
M건설의 사업 편의를 봐주던 권익현 군수의 3선 도전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이 회장을 입막음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다른 때는 그냥 나몰라라 했는데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급해졌다. 그래서 내 입을 막기 위한 방법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익현 군수 “추천한 것이 아니라 인사 시켜줬을 뿐”
뉴스타파는 권익현 군수에게 건설업체를 이 회장에게 소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회장과 건설업체 사이 분쟁 중재에 직접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권 군수는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때 당시에 공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이진수 회장을 인사만 좀 하게 해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인사 시켜주는 게 추천이냐”고 되물었다.
권 군수가 공사대금에 관여해 ‘다운해서 하면 가능하냐’고 물은 사실에 대해서 권 군수는 “그렇게 한 적이 없다”며 “지역 사회에 있으면서 어떻게든 좋게 좋게 좀 해라 이 정도를 했지 뭐 (공사 대금 견적을)다운해라 올려라 이런 건 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육성 녹음 파일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22일 권익현 군수를 부안군수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M건설이 이진수 회장에게 3억 원의 현금 다발을 건넨 지 50일 뒤다. 권익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부안군 역사상 최초의 3선 군수가 된다.
취재 : 박종화 최혜정
촬영 : 최형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출판 : 임승은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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