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람 없다” 광주 스타벅스 ‘썰렁’…사과문만 덩그러니 [현장]

기민도 기자 2026. 5. 22. 16: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매장 9곳서 1인시위
5월단체는 신세계백화점 앞 침묵시위
22일 오후1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스타벅스 광주시청점.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진짜 사람 없다.”

22일 오후 1시 넘어 광주 서구 치평동에 있는 스타벅스 광주시청점에 들어온 한 남성이 매장을 둘러본 뒤 같이 온 사람에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타벅스 광주시청점 맞은편에는 광주광역시청과 광주광역시의회가 있고, 주변에는 한국은행, 광주가정법원은 물론 기업들도 많다.

평소에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이지만, 이날 낮 12시55분께 매장에는 8명밖에 없었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39)씨는 “점심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고, ‘테이크아웃’을 하려고 해도 줄을 서야 한다”며 “점심이 끝날 때 즈음에도 8명밖에 없다는 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탱크데이’ 이벤트를 한 뒤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광주시민들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22일 광주 서구 스타벅스 광주시청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사과문.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광주시는 전날, 시 주관 각종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어제 시 차원에서 스타벅스 쿠폰 등 구매를 자제해달라는 내부 공지가 나왔다”며 “아무래도 공무원들은 매장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날 오후1시부터 오후2시까지 이 매장에 약 30명 정도가 방문하는 등 발길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는 모습이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기자가 찾은 서구 이마트 광주점 안 스타벅스 매장 입구엔 커다랗게 프린트한 ‘사과문’이 놓여 있었다. 지난 18일 부적절한 이벤트를 사죄하는 내용이었다. 이 매장에도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점심시간 시작 전이란 걸 고려하더라도 적은 수였다.

전날 광주와 전남지역 143개 시민사회단체는 이 매장이 있는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탱크데이’ 이벤트로 5·18을 모욕한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이마트 광주점 맞은 편에 있던 스타벅스 매장에도 손님은 5명밖에 없었다.

22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서구 이마트 광주점 안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시민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불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인 강아무개(39)씨는 “장사를 하면서 정치적 색채를 계속 심하게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마케팅을 하면 누가 커피를 편하게 마시러 가겠느냐”며 “주변에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 가지 않을 생각”이라 했다.

김승우(17) 수완고등학교 학생회장은 “고등학생들도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을 하며 문구 하나하나 검수를 받는다”며 “그런데 대기업에서 ‘탱크’와 ‘책상에 탁’이라는 역사적인지 못한 점을 체크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고의가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라 실망했다”며 “제 주변 스타벅스 매장을 봐도, 실제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게 눈에 띄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5월 단체가 22일 오후3시께 광주 서구 광주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지난 18일 이후 광주에서는 스타벅스를 규탄하는 목소리 이어지고 있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광주 지역 스타벅스 매장 9곳에서 스타벅스 규탄 1인 시위를 진행했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 기념재단은 이날 오후3시 서구 광주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정용진 사퇴, 스타벅스 OUT’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 신세계의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 △정용진 회장의 경영 일선 후퇴 △ 광주에서 추진 중인 모든 사업계획 전면 철회 등을 요구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별도 법인인 광주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백화점을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확장하는 ‘더 그레이트 광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