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금양, 벼랑 끝에 내몰리다

권정두 기자 2026. 5. 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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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피시장본부는 지난 20일 금양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공시했습니다. / 금양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0일, 코스피시장본부는 중견 발포제 제조기업이자 코스피상장사인 금양에 대해 '기타 시장안내'를 공시했습니다. 상장·공시위원회 심의 결과 금양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내용인데요. 그러자 금양은 이튿날인 지난 21일 '기타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알렸습니다. 1976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해 50년간 자리를 지켜온 금양이 퇴출 벼랑 끝에 내몰린 모습입니다.

금양은 어떤 기업일까요?

1955년 금북화학공업주식회사로 설립돼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금양은 신발 깔창이나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발포제를 주력으로 삼아왔습니다. 국내 최초로 발포제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죠. 또한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전통 제조업을 영위해오던 금양은 2020년대 들어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단행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주요 미래 산업분야로 떠오른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거죠. 이때 증권가 출신으로 2022년 금양에 합류한 홍보담당 임원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기까지 했습니다. 주가가 폭등해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기까지 한 겁니다.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투자 광풍 속에 '대장주' 자리까지 꿰찬 금양의 행보는 거침없었습니다. 몽골과 콩고에서 광산 개발에 나서고, 고향인 부산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하기도 했죠.

문제는 내실과 신뢰를 다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금양은 2023년 몽골 광산 개발에 투자하면서 예상되는 매출 성과로 △2024년 4,024억원 △2025년 4,681억원 △2026년 4,681억원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불과 1년 4개월 뒤 △2024년 66억원 △2025년 408억원 △2026년 408억원으로 급감합니다.

가팔랐던 주가 상승세만큼이나 신뢰가 무너진데 따른 후폭풍도 거셌습니다. 자금난을 타개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금융감독원의 제동까지 마주하며 끝내 철회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까지 덮치면서 금양은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는데요. 

결국 금양은 2024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들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후 가까스로 1년여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한숨을 돌렸으나,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했죠. 급기야 올해 2월엔 대출원리금을 연체하기에 이르렀고, 2025년 감사보고서까지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더욱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끝내 지난 20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기에 이른 겁니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금양은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마련된 금양 부스 모습. / 뉴시스

금양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벼랑 끝에 내몰린 금양은 일단 법적 대응을 통해 시간을 벌었습니다.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건데요. 만약 법원이 금양의 손을 들어준다면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동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기만 합니다. 금양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공사대금도 지급하지 못하면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부산은행은 1,356억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동부건설에 공사대금 362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회사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되기도 했죠.

한때 '이차전지 대장주'로 떠오르며 지역에서 큰 기대를 받기도 했던 금양의 몰락에 부산 지역도 뒤숭숭한 모습입니다. 부산시는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금양을 적극 지원해오기도 했는데요. 금양의 상장폐지가 더욱 현실화하자 유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협력사 등을 위해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나섰습니다. 한편으론, 지방선거 국면 속에 책임론 공방까지 나타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차전지 대장주'에서 상장폐지 벼랑 끝에 선 처지가 된 금양이 50년 '코스피상장사'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근거자료 및 출처 코스피시장본부, 금양 관련 '기타 시장안내'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20800808 금양 '기타 경영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2180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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