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며 망설였던 엄마…수영장 CCTV 속 그날의 상황

고기욱 2026. 5.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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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 제주시 00동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여성 (화면제공 : 시청자)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제주시의 한 수영장. 출발대 앞에 선 30대 여성은 잠시 망설이다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 여성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됐습니다.

■ “무섭다”고 했지만…다이빙 강습 진행

그날은 원래 강습 날이 아닌 보강 수업이었고, 수강생은 두 명뿐이었습니다. 강사는 그 자리에서 다이빙 훈련을 지시했습니다.

여성은 처음 출발대에서 입수했을 때 머리가 수영장 바닥에 닿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무섭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강습은 이어졌습니다. 여성은 다음 입수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여성의 남편은 “의식이 회복된 아내에게 직접 그날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섭다고 했는데도 하라고 했다더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수영장에서 다친 여성을 물 밖으로 꺼내는 강사(화면제공 : 시청자)


당시 상황은 수영장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출발대 앞에서 머뭇거리던 여성이 물에 뛰어든 뒤 곧바로 움직임을 잃는 장면, 이상함을 느낀 강사가 황급히 여성을 물 밖으로 끌어 올리는 장면이 영상에 찍혔습니다.

강사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강습 중 입수 지시를 내린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고의 충격은 끔찍했습니다. 여성은 사고 당일 후궁절제술과 기구고정술을 받았고, 닷새 뒤에도 추가 수술이 이어졌습니다.

진단서에는 경추 골절 및 탈구, 척수 손상이 기재됐습니다. 진단서에는 ‘현재 양사지 완전마비 및 호흡 부전 상태로 타인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이며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심정지 고비를 넘기며 수차례 수술을 받은 여성은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머물렀습니다. 기도 삽관으로 말을 할 수 없었고, 입 모양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여성은 현재 기관절개관을 제거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쇄골 아래로는 여전히 감각과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재활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이 입원한 병실을 방문한 두 아들(화면제공 : 시청자)


■ 누적 병원비 7천만 원…“집을 팔아서라도”

“더 이상 낼 돈도 없고, 이제 당장 집을 빼서라도 이사를 가든지 해서라도 병원비를 내야 될 상황입니다.”

남편의 어깨를 짓누르는 건 아내의 건강만이 아닙니다. 사고 이후 누적된 병원비만 7천만 원에 달하고, 매일 발생하는 간병비까지 더해지면서 살고 있는 집도 팔아야 할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에게 엄마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린 아들을 둔 아빠는 교육비와 생활비 마련까지 걱정하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만약 아내가 잘못됐거나 죽었다면 저는 아예 이런 진실을 알지도 못하고 그냥 넘어갔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습니다. 수영장 측이 사고 직후 강사의 지시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아내와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후에야 사고의 전말을 알게 됐습니다.

제주시 00동 수영장(화면제공 : 시청자)


■ 최고 수심 1.2m 수영장…머리 충격에 심정지까지

사고가 난 수영장의 최고 수심은 1.2m에 불과했습니다.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오전 시간대에만 성인 강습이 이뤄지는 곳이었습니다.

여성의 지인은 “수심도 깊지 않은 곳에서 무섭다는 사람을 왜 또 시켰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인에 따르면 사고 이후 제주도 내 수영장들에 스타트 금지 공지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런 안전 지침이 없던 곳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 수영장 측 “죄송”…경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입건

해당 수영장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죄송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수업을 진행했던 강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강사와 수영장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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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욱 기자 (angryme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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