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BYD 가격 공세에…수입 전기차 비중 50% 육박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가운데, 수입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차종과 고가 중대형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수입 전기차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겨레가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 보면, 지난 4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8927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9.7% 증가했다.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는 2만608대(64.5%↑) 팔리며 완만한 성장세를 보인 반면, 테슬라 등 수입차는 1만8319대(392.3%↑) 판매돼 지난해 동월 대비 네 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지난달 판매만 놓고 보면 전체 전기차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47.1%로 절반에 육박하게 됐다.
수입 전기차가 내수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게 된 핵심 이유로는 해외 자동차 기업들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가성비 전략과 유연한 가격 방어 전략 등이 꼽힌다. 정부는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기 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폭 줄였는데, 테슬라와 비야디는 보조금 감소 폭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차량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말 테슬라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델3(퍼포먼스 사륜구동)를 기존 6939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940만원 내렸고, 가장 인하 폭이 컸다. 모델 와이(Y)의 ‘프리미엄 롱레인지 사륜구동’ 가격은 기존 6314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315만원 낮췄다. 그 결과 모델 와이는 지난달 한달 동안 1만86대가 팔려 국민차로 불리는 그랜저(6905대)와 쏘나타(5678대)를 모두 제치고 기아 쏘렌토(1만3068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팔린 차가 됐다.

중국산 전기차 비야디의 성장세도 속도가 붙고 있다. 비야디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소형 전기차 ‘돌핀’을 앞세워 4월 한달 동안 2023대를 팔았고 수입차 4위로 뛰어올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돌핀 모델의 경우 2천만원 이하까지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며 “비야디는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익률을 더 낮추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 전기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드는데, 국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차종이 다양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기아의 이브이(EV)는 중대형 차량 위주로 구성돼 있고, 가격도 4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소형차임에도 가격이 2600만원에 육박해 비야디에 견줘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가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산 전기차는 다양성과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수입 전기차 점유율의 고공행진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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