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 '탱크데이' 후폭풍… 정치권 불매·노조 반발에 사면초가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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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까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는 온라인 전용 텀블러인 단테·탱크·나수 시리즈를 순차 홍보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지난 15일 '한 손에 착, 단테데이'를 시작으로 18일 '책상에 탁, 탱크데이', 20일 '가방에 쏙, 나수데이'가 예정된 일정이었다. 문제가 된 건 18일 '책상에 탁, 탱크데이'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을 떠올리게 하는 데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가 사실을 은폐하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했던 문구와 너무 닮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른바 '전땅크 드립'으로 불리는 극우 비하 밈에 5·18 기념일이라는 날짜까지 겹치면서 의혹은 삽시간에 번졌다.
수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스타벅스가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바꾸자, 이번엔 온라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표현으로 쓰여온 '딱'이 도마에 올랐다. 수정이 새 논란을 낳는 악순환 속에 이벤트는 전면 중단됐고, 탱크 텀블러는 홈페이지에서 일괄 삭제됐다. 스타벅스는 곧바로 손정현 대표이사를 해임했고,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미국 글로벌 본사도 뒤이어 별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는 쏟아졌지만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패턴인가, 우연인가
뒤늦게 주목을 받은 것이 있다. 이번 탱크데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16일, 스타벅스는 미니탱크 규격(4.5oz·133ml) 출시에 맞춰 '미니 탱크 데이'를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기일과 5.18 기념일에 탱크 데이를 반복했다는 사실이 과연 우연일까'라는 의문이 커뮤니티를 달궜다.

텀블러 용량 '503ml'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17온스를 밀리리터로 환산하면 502.8ml, 반올림하면 503ml"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17온스 텀블러는 스타벅스가 글로벌에서 사용하는 규격이고, 해당 사이즈는 2016년 이전에도 판매됐다. '503 음모론'은 대체로 끼워맞추기로 분류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불신이 바닥까지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온라인에선 홍보물 곳곳의 숫자와 표현을 5·18과 연결 짓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또 다른 텀블러 이름 '단테'를 두고도 1980년 5월 18일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단테스 피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기일에 '사이렌데이'를 진행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다만 사이렌은 스타벅스 로고의 상징이자 '사이렌 오더' 등 브랜드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만큼, 이 부분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확증 편향에 기댄 끼워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끼워 맞추기가 멈추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지금 스타벅스를 향한 불신이 어느 수위까지 차올랐는지를 보여준다.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1일 X(구 트위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기관 차원의 불매를 공식화했다. 행안부가 각종 설문·공모전·이벤트에 활용해온 스타벅스 상품권을 앞으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많은 기관과 국민 여러분도 공감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직 문화를 관장하는 부처의 선언인 만큼, 별도 방침이 없는 기관들도 스타벅스 상품권 행사를 이어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광주시도 강기정 시장 지시로 각종 행사 경품에서 스타벅스 상품권을 배제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도 6·3 지방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스타벅스 매장 출입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스타벅스를 출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매우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5·18 등 민주화운동 폄훼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홀로코스트 미화를 형사처벌하는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그런 법을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우리가 그 마케팅 기획했습니까"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스타벅스 노동자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스타벅스 매장 관리자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 "이번 마케팅 참사 터지고 나서 매장 현장 파트너들 지금 피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게 공포고, 포스 앞에 서는 게 지옥 같습니다"라고 말했했다.

A씨에 따르면 이벤트 이후 고객들이 카운터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요?",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건 당신들도 똑같다"고 쏘아붙이고 있다며 또 다른 현장 직원은 "일베 하세요?", "계속 일하는 것도 공범이지"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적었다. A씨는 경영진에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불매로 떨어진 매출을 매장에 압박하지 말 것, '사죄 프로모션' 금지, 환불·항의 전담 파트 신설 등이었다. A씨는 "본사가 친 사고, 우리가 수습할 이유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 처리 소식도 현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지적이다. 마케팅 기획 담당자(입사 6개월차)와 팀원·팀장은 점포 발령,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는 해임 처리가 됐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면서다. 이를 두고 "불매 여파로 가뜩이나 힘겨운 매장으로 책임자를 내려보내는 게 무슨 처사냐"는 반발이 있었고, 점포를 징계 장소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본인의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과거 인스타그램에 '멸공'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게시물을 올려 극우 성향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 하루 만에 대표를 해임하고 직접 사과문을 낸 것이 이례적인 속도였음에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계열사 이벤트임에도 "정용진이 직접 기획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그간 쌓인 이미지가 의심의 출발점이 됐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CEO의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정 회장이 지시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만든 것 아니냐"는 시각부터 "탱크데이가 만에 하나 우연이라 해도, 평소 언행이 의심을 걷어내지 못하게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사과가 사과로 받아들여지려면, 정용진 회장 스스로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정용진이 하루 만에 움직인 이유
정용진 회장이 대표를 하루 만에 잘라낸 배경엔 두 가지 압박이 동시에 작동했다고 분석된다. 하나는 콜옵션 조항이다.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 본사에서 한국지사 지분 17.5%를 사들이면서 독소 조항을 수용했다. 이마트의 귀책사유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본사가 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67.5%)을 공정 가격 대비 35% 할인된 가격에 되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귀책사유에 '브랜드 가치의 심각한 훼손'이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조항이 발동되면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이번 사안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하나는 광주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총사업비 3조원 규모의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과 1조 3,000억 원 규모의 어등산 스타필드 광주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 벌어지는 4조 원 넘는 프로젝트가 지역 민심과 함께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광주는 전국 지방도시 가운데 인구 대비 스타벅스 매장 수 1위(71개)다. 광주 시장을 잃는 것만으로도 타격은 작지 않다.
불매운동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선불카드 잔액 환불, 앱 탈퇴 인증, 텀블러를 부수는 영상이 SNS를 채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환불이 몰리면 선불카드 잔액을 못 돌려주는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다만 2025년 8월 기준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선불 충전금 잔액은 4014억 원으로 알려져 있어 환불이 어려운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불매운동 효과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21일 서울 시내 스타벅스를 찾은 시민 30대 B 씨는 "평소보다 30%는 손님이 빠진 것 같다"고 했다. B 씨는 "거부감 있는 사람이 엄청 많은 것 같다며 당분간은 스타벅스 로고가 보이는 컵을 들고 다니는 게 부담이라 몇 주 정도는 안 가려고 한다"고도 했다.
파장은 엉뚱한 곳으로도 튀었다. 21일 경기 의정부에서 60대 남성이 SNS에 "스타벅스 커피 들고 다니는 놈들 다 죽여버릴테다"는 글을 올려 공중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남성은 "정말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반대편에선 극우 성향 단체와 개인들이 '스타벅스 구매 인증'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파 미녀는 스벅'이라는 문구와 함께 구매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전두환·박정희 이미지를 스타벅스 로고와 합성한 AI 이미지가 퍼졌다. 불매운동에 맞불을 놓는 양상이었지만 역설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필사적으로 사과를 쏟아내는 스타벅스 곁에서, 오히려 브랜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를 즐겨 찾았던 40대 직장인 C씨는 "마케팅 논란은 그냥 넘겼는데, 전두환 합성 이미지를 보고 나서는 당분간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스타벅스코리아가 자사 로고를 합성한 AI 이미지를 고발 조치해야 진정성을 느낄수 있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총괄부사장은 19일 오전 광주 5·18기념재단을 찾아 오월단체에 사과 입장을 전하려 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오월단체는 "경위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대뜸 사과부터 하겠다는 건 노이즈 마케팅 의심을 더할 뿐"이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진상 규명도, 재발 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부사장의 광주행은 보여주기식 수습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층에서는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으로는 부족하며, 정용진 회장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태가 어디서 멈출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우먼센스>는 스타벅스 코리아 측에 스타벅스와 맺은 콜옵션 조항, 매출 하락 수치, 선불카드 환불 가능 여부, 로고와 합성한 AI 이미지 혐오 게시물 법적 대응 등을 두고 질문했지만 스타벅스 코리아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가 끝난 이후에야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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