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으로 부부가 매달 554만원?”···10쌍 중 9쌍은 200만원도 못 받습니다[뉴스AS]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가 5월 기준 93만쌍을 넘었습니다. 부부가 각각 받는 연금을 합친 평균액은 월 120만원으로 2020년 81만원보다 1.5배가량 많아졌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부 합산 최고 연금액은 월 554만원이라고 합니다. 추세대로라면 제법 든든해 보입니다. ‘내가 연금을 받을 때쯤이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다’ 싶습니다.
실제로 지난 20일 복지부가 부부의날(21일)을 맞아 해당 자료를 공개한 뒤 “부부가 월 554만원 따박따박” “노후 걱정 뚝” “이 부부 좋겠네” 식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를 본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린 둘이 합쳐도 100만원도 안 되는데 부럽다” “직장인 부부면 노후 걱정 없겠네” “약 올리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평균은 늘 약간 얄밉습니다.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중요한 차이를 가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박탈감 느끼실 필요 없습니다. 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전히 부부 합산 연금액이 월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노후 최소생활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월 200만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부부 수급자 10쌍 중 9쌍(약 89%)이 여기에 속합니다. 즉 평균에 주목해 감정을 소모하기보단, 내 몫의 연금을 조금이라도 늘릴 전략을 고민하는 게 낫다는 의미입니다. 숫자에 가려진 진실과 현명한 ‘연금테크’ 방법을 Q&A로 풀었습니다.

Q. 부부 합산 평균 120만원이라는데, 왜 내 주변엔 다들 100만원도 못 받을까요?
전형적인 ‘평균의 착시’입니다.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수급액 구간별로 뜯어보면, 부부 합산 연금액이 월 100만원 미만인 부부가 42만2226쌍으로 가장 많습니다. 전체의 45.4%를 차지하는 최다 구간이죠. 여기에 100만~200만원을 받는 부부(40만6593쌍)까지 합치면, 전체의 89%가 월 200만원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24년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부부 노후 최소생활비는 월 216만6000원, 적정생활비는 월 298만1000원입니다. 대다수 부부는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는 기본 생활비조차 연금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Q. 그렇다면 평균은 어떻게 월 120만원까지 올라갔을까요?
평균 수령액을 끌어올린 부부들이 있습니다. 월 200만~300만원을 받는 부부가 9만5398쌍, 월 300만원 이상을 받는 부부가 6636쌍입니다. 특히 월 300만원 이상 부부는 2017년에 처음 3쌍이 나온 뒤 올해 5월 6636쌍까지 빠르게 늘었습니다. 월 500만원 이상을 받는 부부도 5쌍 있습니다. 평균 120만원은 이런 상단 사례들이 더해지며 끌어 올려진 숫자입니다. 이는 다수의 현실이라기보다, 평균을 올리는 소수가 생기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더 맞습니다.
Q. 많이 받는 부부와 적게 받는 부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뭔가요?
핵심은 ‘가입 기간’입니다. 월 100만원 미만 수급 부부의 평균 합산 가입 기간은 293개월이지만, 300만~400만원을 받는 부부는 670개월로 2.3배나 깁니다. 배당주 투자자가 배당 수익을 높이기 위해 주식 수량을 묵묵히 늘려가듯, 부부가 연금 가입 개월 수를 늘려간 것이 고액 수령의 공통 비결입니다.
실제로 합산 최고 554만원을 받는 부부는 남편이 333개월 가입해 월 265만원, 아내는 344개월 가입해 월 289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연금을 늦게 받는 대신 수령액을 높이는 연기 수급을 5년 신청했습니다. 부부 합산 최장 가입 기간은 902개월인데 이들 부부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부터 각각 451개월씩 꾸준히 가입을 유지하고, 임의계속가입과 반납·추납 등을 동원해 가입 기간도 늘렸습니다. 간혹 한 사람이 902개월을 가입한 것으로 착각해 통계조작 아니냐 따지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부부 합산입니다. 월 400만~500만원을 받는 부부의 평균 합산 가입 기간이 755개월이라는 점은 수령액 목표를 세우는 데 참고할 만합니다.

Q. 가입 기간이 중요하다면, 전업주부처럼 경력이 끊긴 경우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이와 과거 국민연금 납부 이력에 따라 쓸 수 있는 제도가 달라집니다. 국민연금을 한 번도 낸 적 없는 전업주부라도 60세 미만이면 본인이 원할 때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60세가 이미 넘었다면 임의계속가입만 가능한데, 이는 과거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 한 번이라도 납부한 ‘가입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60세가 되기 전에 한 달이라도 임의가입 등을 통해 최소한의 가입 이력을 만들어 두는 것이 나중에 연금액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제도 등을 활용해 10년 이상 가입 요건을 채운 여성 비율이 꾸준히 늘어 2024년 기준 40.3%까지 올라왔습니다. 과거에 직장을 다니며 국민연금을 낸 적이 있다면 선택지는 더 많습니다.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낸 돈을 돌려받았다면 가입자 자격을 다시 취득한 뒤 이자를 더해 ‘반납’함으로써 가입 기간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실업이나 육아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이 있다면 나중에 여력이 생겼을 때 빈 공간을 채워 넣는 ‘추납(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Q. 기껏 가입했는데, 부부가 같이 연금을 받으면 결국 한 사람 몫은 깎인다던데 헛수고 아닌가요?
아닙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보이는 오해인데, 국민연금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 제도입니다. 부부가 각자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었다면, 배우자가 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본인 연금이 깎이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가입 기간과 납부 이력에 따라 각자 노령연금을 100% 받습니다.
다만 둘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중복급여 조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남은 배우자에게 본인 노령연금과 사별한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권이 동시에 생기면, ‘본인 노령연금 + 유족연금액의 30%’와 ‘유족연금 전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제도가 “살아 있을 때도 부부가 둘 다 받으면 손해”라는 식으로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다만 이 중복급여 조정을 두고, 임의가입으로 부부가 함께 보험료를 낸 경우나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Q. 배우자가 먼저 떠나면, 남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연금 총액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유족연금액은 사망자의 가입 기간에 따라 정해집니다.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에 해당하며, 부양가족연금 대상자가 있으면 부양가족연금액이 더해집니다. 문제는 여기에 앞서 설명해 드린 중복급여 조정이 겹칩니다. 따라서 노후 설계에서는 부부가 함께 살아 있을 때의 합산 연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먼저 떠난 뒤 남은 배우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연금 총액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Q. 합산 최고액 부부처럼 연금을 5년 늦게 받으면 연금이 36% 늘어난다는데, 무조건 기다리는 게 이득일까요?
‘더 많이’ 받는 것과 ‘더 유리한’ 것은 다릅니다. 노령연금 수령을 1년 연기할 때마다 7.2%씩, 최대 5년(36%)까지 연금액을 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하는 그 기간에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당장 생활비를 감당할 다른 소득이나 자산이 충분한지, 본인의 건강 상태와 기대수명은 어떤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늦게, 많이 받는 만큼 오래 살아야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건강보험료’입니다.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 연간 소득 기준(현행 2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부모가 자녀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피부양자에서 떨어져 지역가입자로 편입되면 매달 수십만원의 건보료 고지서가 날아올 수 있습니다. 자칫 늘어난 연금액보다 새로 내야 할 건보료가 더 커져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으니, 종합적으로 득실을 계산해야 합니다.
Q. 가입 기간을 늘리고 싶은데 보험료가 부담됩니다. 지원 제도가 있나요?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농어업인, 저임금근로자, 실업자, 저소득 지역가입자 등에 대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합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두루누리 지원, 가사근로자 보험료 지원, 농어업인 보험료 지원 등이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실업크레딧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구직급여 수급자가 본인 부담분 보험료 일부를 내면 국가가 나머지 보험료를 지원하고, 해당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공단은 실업자, 저소득 지역가입자 등을 위한 보험료 지원 제도를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주요 제도 중 하나로 안내합니다.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이 꼭 ‘내 돈을 전부 더 내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출산이나 군복무 기간처럼 보험료를 직접 내지 않아도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금개혁에 따라 2026년 1월1일 이후 출생·입양한 첫째 자녀부터 12개월 가입 기간을 인정하고, 출산크레딧 상한 규정은 폐지됐습니다. 군복무 크레딧도 2026년 1월1일 이후 군 복무를 마친 경우 최대 12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지금 당장 뭘 확인해야 하나요?
‘내가 얼마 받을지’가 아니라 ‘내가 몇 개월을 인정받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내 곁에 국민연금’에서는 예상 연금액과 가입내용, 보험료 납부 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살필 것은 노령연금 수령의 절대 조건인 ‘최소 10년(120개월)’을 무사히 채울 수 있는지 점검하는 일입니다. 만약 과거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육아를 하느라 보험료를 내지 않아 텅 비어버린 기간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추납’이나 ‘반납’ 제도를 통해 그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 공단에 직접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평균 120만원이라는 숫자에 흔들리기보다 내 가입 이력에 빠진 ‘구멍’은 없는지, 한 달이라도 더 늘릴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이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비결입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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