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삼성도 적자인데 억대 성과급 줬다"…삼전 노사 합의가 남긴 위험성
중노위 역할에 대한 의문 남아
주주단체 법적 대응 예고 등 갈등 여전
[편집자주] 극한 대치 속에서도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숙의를 거듭한 삼성전자 노사의 인내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빛을 발하며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삼성전자 노사는 합의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챙겼고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지켰다. 그러나 적자 사업부에도 억대 성과급이 지급되는 선례를 만들어 다른 대기업에 '삼성도 줬다'라는 식의 연쇄적 요구를 촉발할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가 우리 사회에 던진 명암을 진단한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자동차와 조선, 정보기술(IT) 등 주요 대기업 노조에 즉각적인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반 초과이익분배금(현 OPI) 제도를 도입하며 국내 대기업 성과급 체계를 표준화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구조도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미 이익 배분형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를 넘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연쇄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 노조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연동하자고 제시했다.
성과급 산식에 더해 적자 사업부에 억대 보상이 지급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확정될 시 올해 적자가 유력한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부문도 최소 1억6000만원 수준의 공통 배분 몫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에 연동한 성과주의 보상이란 대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경영계의 우려가 깊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철학을 고수해 온 삼성전자가 적자 사업부에도 성과급을 줬다는 것이 다른 노사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기업 노사 분쟁에서 중노위가 중립을 명분으로 사실상 결정을 방기할 경우 고용부 장관의 직접 중재라는 정치적 개입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제도권 조정 절차가 대형 노사분쟁을 수습하지 못하고 정치적 중재에 기대는 구조가 반복되면 노동분쟁 해결 시스템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주주를 배제한 채 노사의 합의로만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영업이익은 임직원 보상뿐 아니라 투자 재원과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과도 맞물린 만큼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일 국무회의서 "영업이익에 대한 보상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 주주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노사 합의 과정을 문제 삼고 잠정합의안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됐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은 본래 회사 성과에 대한 기여를 보상해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로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총파업이란 쟁의행위를 통해 도출된 만큼 잘못된 선례로 남을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언젠간 하락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데 불황기에 노조의 압박이 잦아들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각 기업은 업종과 조직 특성에 맞는 성과보상제도를 마련하고 사외이사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절차를 통해 객관적인 보상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원 기자 choice1@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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