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 떨어져도, 이 또한 지나가리”…팍팍한 하루 버티게 하는 ‘뉴진스님의 주문’

성지은 기자 2026. 5.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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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불교’ 아이콘으로 거듭난 개그맨 윤성호
아시아 각국에서 ‘극락도 락이다’ 등 공연
‘빡구’ 인기 후 침체기 버티며 다져온 내공
“돌고도는 세상…집착 내려놓고 늘 새롭게”

“월급이 안 올라서 고통. 물가가 올라가서 고통. 내 주식만 떨어져서 고통. (중략) 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

노래 ‘극락왕생’은 현실에서 마주할 만한 고통을 불교식 해학으로 풀어낸다. 처음엔 가사에 폭소하지만, 염불 외듯 반복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구절이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팍팍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주문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부처님 오신 날(24일)을 앞두고, 이 유쾌한 노래의 주인공이자 ‘힙불교(힙한 불교)’ 열풍을 일으킨 주역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승복을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EDM(전자댄스음악) 비트 위에서 “부처핸섬”을 외치는 그에게 뉴진스님 탄생 비화와 불자로서 삶의 태도를 물었다. 지난해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뒤 공연이 있을 때마다 한국을 오가고 있다는 그와 전화기 너머로 대화를 나눴다.

디제잉 공연을 하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 엠에스지 컴퍼니

◆우연히 오른 연등회 무대, ‘뉴진스님’의 시작=사실 그가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출발점은 우연에 가까웠다. 평소 불교에 별 관심이 없어 5월에 연등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다 지인의 제안으로 불교신문 홍보대사를 맡았고, 그 인연이 이어져 연등회 사회를 보며 무대에서 디제잉을 선보이게 됐다.

현장 반응은 좋았지만, 당시엔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뿐이었다. 반전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유튜브에 ‘불교 나 빼놓고 또 재밌는 거 하네’라는 영상이 올라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 이때부터 뉴진스님이라는 부캐(제2의 캐릭터)를 구체화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뉴진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정식으로 받은 법명이다. 영어의 ‘새로운(New)’과 한자의 ‘나아갈 진(進)’을 더해 ‘새롭게 나아간다’는 의미다. 

“불교계에서도 워낙 열린 마음으로 품어주셨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했던 조계종의 방향성이 제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2024년에 열린 불교박람회가 불교 열풍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전에도 박람회는 있었지만, 그때는 관람객이 뉴진스님을 보려고 ‘오픈런(문 열기 전 줄을 서는 것)’을 했으니까요."

실제로 그가 선보인 ‘극락도 락(樂)이다’ 공연은 불교계 안팎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무대를 넓혔다.

“대만 가오슝 사찰에서 공연했거든요. 주변 젊은 불자들이 ‘이 사람을 꼭 불러야 한다’고 해서 부르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절의 주지스님께서 ‘부처핸섬 같이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무대 아래로 내려가서 스님과 함께 ‘부처핸섬’을 외쳤죠.”

◆화려한 무대 뒤, 묵묵히 버텨온 시간=지금은 독보적인 인물상을 그려냈지만, 그의 여정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아둔한 모습의 ‘빡구’를 연기하며 큰 인기를 누린 이후, 한동안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해 오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무대가 줄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반전을 노렸지만, 공들여 키운 채널이 해킹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시련도 겪었다. 당시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고통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암흑기를 버텨낸 시간과 생계를 위해 익혀둔 디제잉 기술은 훗날 그를 뉴진스님으로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 그렇게 단단해진 내공은 그의 노래 가사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이란 가사는 그저 재미있자고만 쓴 가사는 아니에요. 어려움을 이겨내면 마음의 평화와 자유로움을 얻는 극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통과 번뇌를 언제까지고 피해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차라리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쪽을 선택해 보자는 거예요. 그러면 극락을 보게 될 것이고,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 ‘살다 보면 어느새 살아진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거예요.”

◆“모든 것은 변한다”… 집착을 내려놓는 삶=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유쾌하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단단한 철학이 자리잡았다 .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데, 가만히 보면 스스로 무언가에 너무 집착하느라 행복을 거부하며 사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어요. 불자로서 늘 마음에 새기는 단어가 ‘방하착(집착을 내려놓음)’과 ‘제행무상(모든 것은 변함)’이에요.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도니까요.”

그는 인기에도 연연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스린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므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초연함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러한 인생관 덕분일까. 그는 최근 ‘소배우 한지오’라는 또 다른 부캐를 시도했다가 기대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했을 때도, 실망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는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잔잔한 반응이라도 와야 하는데 정말 아무 반응도 없더라고요. (웃음) 안 되면 과감하게 접어야죠. 지금은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조만간 선보이려 해요.”

현재 그는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의 불교권 국가에서 디제잉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논의 중이다. 필리핀에 체류하고 한국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묵묵히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끊임없이 변주하며 다음을 도모하는 그의 행보는 법명 ‘뉴진(New 進)’의 뜻 그대로, 언제나 새롭게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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