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 아닌 ‘적대적 공존’”…38노스, 北 개정헌법에 담긴 대남전략 분석
국방공업·전민항전 조항 신설…“장기 적대공존 체제 제도화”
북한이 최근 개정한 사회주의헌법에 남북관계를 ‘평화적 공존’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공존 체제’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헌법상 통일 관련 표현은 삭제됐지만, 동시에 국방공업과 전민항전 준비 조항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장기적인 대남 적대노선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은 이번 개정에서 기존 헌법에 남아 있던 통일 관련 표현과 ‘하나의 민족’ 개념을 대거 삭제했다. 대신 영토 조항을 신설해 북한이 북쪽으로는 중국·러시아와, 남쪽으로는 대한민국과 접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을 더 이상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보고서는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 추가됐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빠졌는지”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연설에서 사용했던 “대한민국 점령·평정·수복·병합”, “주적” 또는 “적대국가” 같은 명시적 적대 표현은 헌법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오랫동안 문제 삼아온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해상 경계 문제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남북 간 ‘평화적 공존’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국가정보원도 개정 헌법에 대해 “적대성을 상당히 낮췄고”, 공격적 태도보다는 ‘현상 유지’ 의도를 시사한다고 평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앞서 이종석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보고한 가운데, 정보위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은 북한 개정 헌법이 ‘두 국가 체제’를 분명히 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으며, 대신 국무위원장 권한을 강화해 김정은 1인 영도체계를 공고화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전했다.
38노스는 헌법 전체 흐름과 최근 북한의 군사정책 변화를 종합하면 오히려 장기적인 적대 공존 체제를 준비하는 방향성이 더욱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새로 추가된 헌법 60조와 61조를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60조는 국방과학기술 발전과 국방공업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를 규정했고, 61조는 사회 전반의 군사중시 풍조 확립과 ‘전민항전 준비’를 명시했다.
38노스는 이러한 조항이 김 위원장이 2023년 이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전쟁 준비’ 기조와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군수공업 시찰과 무기체계 개발, 전쟁 대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2023년 12월 제정된 ‘인민반 조직운영법’에서도 인민반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전민항전 준비’가 포함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2025년 4월 이후 서해에서 구축함 최현호에 대한 시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으며, 김 위원장은 2026년 6월 중순 해군에 취역시키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헌법상 영토 조항에 NLL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2024년 연설에서 “불법적인 북방한계선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힌 점을 들어 북한이 여전히 NLL 문제를 군사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는 북한이 헌법과 실제 대남정책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헌법에는 ‘두 국가 체제’라는 기본 구조만 담고, 실제 적대 메시지는 김 위원장 연설과 당 정책, 국방정책 등을 통해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적’이나 ‘병합’ 같은 표현이 헌법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대남노선 완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북한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적대 공존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정 헌법 자체가 당장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남북 간 화해 가능성을 이전보다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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