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미사일 수출 일방 취소... 2200억원 낸 말레이시아 '격분'

정지용 2026. 5. 22. 14: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계약, 올해 3월 인도 예정인데 취소
막후에 '부품 통제' 미국 거부권 행사 분석
노르웨이 콩스베르그가 개발한 해군타격미사일(NSM). AP통신

노르웨이가 말레이시아 왕립해군과 맺은 해군타격미사일(NSM) 수출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방위산업 업계에서는 핵심 부품 유출을 우려한 미국이 주권 국가들의 무기 거래까지 취소시키는 ‘방산 통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가 말레이시아에 판매한 NSM 수출 허가를 취소하면서, 자국 방산 기업이 제공한 부품을 통제함으로써 두 주권 국가 간 거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2018년 해군 현대화 사업 일환으로 노르웨이 방산 업체 콩스베르그와 미사일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금의 95%에 달하는 1억4,460만 달러(약 2,200억 원)를 이미 지급했고 올해 3월 미사일을 인도받을 예정이었으나, 하루아침에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말레이시아는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던 신형 연안전투함(LCS) 등의 레이더시스템, 전투관리시스템, 승조원 훈련이 모두 NCS에 맞춰진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격분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14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일은 단순한 방산 문제를 넘어 국제 관계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서명된 계약은 엄숙한 문서이지 변덕스럽게 던질 종이조각이 아니다”고 했다.

노르웨이는 “유럽과 세계 안보의 중대한 변화로 국방 기술 감독이 강화됐다”며 “수출 제한에 말레이시아가 영향을 받게 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 2억5,1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할 방침이라며 다른 국가들을 향해 “노르웨이산 무기 도입을 재고하라”고 경고했다.


언론, "미국산 자이로스코프 수출 제한이 원인일 수도"

미국이 개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방전문매체 USNI뉴스는 미사일 유도시스템의 핵심이자 궤도 유지 필수 부품인 미국산 자이로스코프 수출 제한이 원인일 수 있다는 미군 관계자의 견해를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에서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기조를 명확히 하고 이란과도 연대해 온 점, 지난해 1월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 파트너국으로 가입한 점 등이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압둘라흐만 야콥 아랍에미리트(UAE) 안보국방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이번 사건은 미국 방위산업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준다”며 “향후 아시아 지역 국방 담당자들은 무기 도입 시 미국산 부품이 최소화된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말레이시아 미국 대사관 측은 “미국은 말레이시아와의 강력한 국방 및 안보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개입 사실을 부인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