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우크라에 ‘EU 준회원국’ 지위 부여 제안…찬반 갈린 유럽

독일 총리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에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약 개정 필요성과 형평성 문제 등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21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유로뉴스 등 보도를 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 지도부에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국 가입 절차를 밟는 동안 유럽연합 핵심 기구에 사실상 ‘준회원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메르츠 총리는 서한에서 “유럽연합 가입 절차의 정치적 복잡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를 단기간 내 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쟁 중인 국가라는 우크라이나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절충안은 향후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촉진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법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개혁을 단행해야 하고, 기존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와 비준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 조약과 제도상 ‘준회원국’이라는 공식 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준회원 자격을 얻게 되면 우크라이나 정상은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지만 투표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또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대표를 둘 수 있고, 유럽의회에도 투표권 없는 의원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안보를 보장하는 유럽연합의 상호지원 조항이 우크라이나에도 적용되고 유럽연합의 예산 일부를 지원받는 등의 혜택이 생기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의 가입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상황에서 유럽연합 가입은 전후 재건과 안보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은 여태까지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오르반 전 총리가 물러나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메르츠 총리의 제안은 유럽연합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서 회의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들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만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발칸반도의 알바니아나 세르비아 등은 유럽연합 가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한 유럽연합 외교관은 유로뉴스에 “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조약 개정이 필요할 텐데 정치적 합의만으로 모든 기관의 준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유럽연합 준회원국 가입이 자칫 우크라이나를 애매한 ‘중간 지대’에 묶어두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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