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판 돈 왜 모레 주나”…李 지적에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 26일 연다

권순우 기자 2026. 5. 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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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들어온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익숙하지만 늘 이상했던 이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매도 대금 결제 지연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국내 증시의 결제 주기를 현재 T+2에서 T+1로 줄이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26일 한국거래소는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투자자는 오늘 주식을 팔면 계좌에서 주식이 사라진 것을 바로 확인한다. 현금은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영업일 기준 이틀 뒤에야 매도 대금이 입금된다. 금요일에 팔면 주말을 지나 다음 주에야 돈이 들어온다. 전세금 마련이나 급한 자금 수요가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틀이 짧지 않다. 반대로 주식을 살 때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계좌 화면에는 주식을 산 것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결제는 이틀 뒤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미수 거래가 발생할 수 있고 투자자는 자신도 모르게 결제 부족 안내를 받기도 한다.

이 구조가 바로 T+2다. T는 거래일을 뜻하고 플러스2는 거래일 이후 두 영업일 뒤 결제가 완료된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오랜 기간 자본시장의 결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

주식 거래는 원래 종이 증권에서 출발했다. 과거에는 실물 증권이 있었고 실제 증권을 이동시키거나 예탁기관에서 명의 변경을 해야 했다. 위조 여부를 확인하고 소유권을 바꾸고 대금을 정산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처럼 국토가 큰 나라에서는 과거 T+5나 T+3 같은 제도도 있었다. 지금의 T+2는 종이 증권 시대의 잔재이면서 동시에 전산화 이후에도 남은 결제 안정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처리된다. 1초에도 수많은 주문이 체결된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이틀이 필요할까. 여기에는 거래를 한 건씩 그대로 결제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모아 상계 처리하는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삼성전자 100주를 사고 다른 투자자가 50주를 팔았다면 실제로는 모든 거래를 각각 이동시킬 필요 없이 순차감한 물량만 결제하면 된다. 매수와 매도를 서로 상계하면 실제 이동해야 할 주식과 현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4000억 주가 거래됐지만 상계 차감 후 실제 결제해야 하는 물량은 169억 주 수준으로 줄었다. 거래 대금도 4687조원 규모에서 169조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체 거래를 일일이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순액만 결제하면 시스템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결제 안정성도 높아진다. T+2는 이런 효율성을 위해 유지돼 온 측면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문제도 있다. 외국인은 달러 등 외화로 자금을 운용하고 국내 주식을 사고팔 때 원화 환전 절차를 거친다. 거래 시간과 환전 시간과 국가별 시차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 투자자는 미국과 유럽과 한국 시장을 동시에 운용한다. 한국 시장에서 체결된 거래를 당일 바로 결제하려면 환전과 자금 이동과 담보 관리까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 T+2는 이런 복잡성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바뀌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T+1로 전환했다. 유럽도 내년 10월 T+1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역시 단계적으로 대형주부터 결제 주기를 줄여 T+1 체계를 도입했다. 주요 시장이 하나둘 결제 주기를 단축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T+2에 머물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불편한 시장이 될 수 있다.

미국이 T+1로 전환한 배경에는 2021년 게임스톱 사태가 있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등 온라인 증권 플랫폼을 통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 간 충돌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거래량도 폭증했다. 이때 로빈후드가 매수 버튼을 제한하는 일이 벌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이후 드러난 핵심은 결제 증거금 문제였다.

T+2 구조에서는 거래가 체결된 뒤 실제 결제가 이틀 뒤 이뤄진다. 그 사이 결제 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 증권사가 예탁결제기관에 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거래량이 많아지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 필요한 증거금도 급격히 늘어난다. 게임스톱 사태 당시 예탁결제기관은 로빈후드에 4조원의 증거금을 요구했고 신생 증권사였던 로빈후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추가 매수 주문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사건은 결제 주기가 길수록 증권사 자본이 묶이고 시장 급변 시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국은 이후 결제 주기 단축을 검토했고 T+1 전환으로 이어졌다. 결제 기간이 하루 줄면 증권사가 묶어둬야 하는 증거금 규모가 줄고 자본 효율성이 높아진다. 미국에서는 결제 주기 단축으로 증거금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

따라서 T+1은 개인 투자자의 불편 해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본질적으로는 시장 인프라의 효율성과 국제 정합성을 높이는 제도다. 개인은 매도 대금을 하루 빨리 받을 수 있어 편리해지고 증권사는 증거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글로벌 시장 간 결제 주기 차이에서 오는 병목을 줄일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접근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결제 주기 단축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주식 거래는 단순히 개인이 주식을 팔고 현금을 받는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다른 거래를 한다. 대차 거래, 담보 거래와 환전과 해외 결제와 파생상품 거래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결제 기간을 하루 줄이면 이 모든 후선 업무도 하루 안에 처리돼야 한다.

특히 외국인 거래는 시차 문제가 크다. 미국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고팔 때 한국 장 마감 이후 현지에서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환전 주문과 담보 교체와 결제 지시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이 개입해 처리해야 하는데 해당 국가의 업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T+1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시장 인프라 전체의 처리 속도와 정합성을 요구한다.

한국이 이 흐름을 피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유럽과 인도가 T+1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T+2를 유지하면 글로벌 투자자에게 불편한 시장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증시가 외국인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같은 과제를 추진하려면 결제 인프라의 국제 기준 정합성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속도와 안정성의 균형이다. 투자자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받고 싶다. 증권사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 외국인 투자자는 글로벌 시장과 같은 리듬으로 한국 주식을 사고팔고 싶다. 정부는 시장 선진화를 원한다. 이 네 가지 이해가 맞물린 지금이 제도 개편의 적기일 수 있다. 제대로 준비된 T+1은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T+1은 시장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