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성껏 돌봤지만…‘간병살인’ 가족 패륜인가, 사회구조적 문제인가
10여년 간병했으나 경제 악화…돌봄 좌절감 영향
가족 간병 부담 커질수록 돌봄 효능감↓, 우울감↑

한해 17.5건, 한달에 한번 넘는 꼴로 ‘간병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
아내이자 어머니인 80대 여성을 10여년간 병간호하다 살해한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3년과 7년 징역형을 각각 확정받은 사건도 가족에 의한 간병 살인이다. 가족 간병 부담이 커지는 초고령화 시대, 이같은 간병 살인을 과연 한 가족의 패륜으로만 볼 것인지, 고립된 간병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여성 C씨가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을 저지른 이는 그의 남편 80대 A씨와 50대 아들 B씨였다. 두 사람은 범행 직후 한강으로 투신했으나 시민 신고로 구조됐다.
대법원 3부는 20일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남편 A씨에게 징역 3년, 아들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의 배경은 10년이 넘는 간병이다. 뇌출혈, 알츠하이머 진단, 고관절 골절 등으로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혼자서 생활이 어려워진 C씨를 부자는 10여년간 보살폈다. 그러던 중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C씨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기로 했지만 C씨가 거부했고 다른 가족으로부터 받는 지원도 끊기면서 범행에 이르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24년 경찰대학에서 진행한 ‘간병 살인의 실태와 특성 분석’에 따르면, 가족 간병 부담이 커질수록 가족 지지와 돌봄 효능감은 낮아지고 우울감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간병 살인을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가족 안에 고립된 간병인이 장기간 부담을 떠안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살해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이들의 형량을 낮추는 데 간병의 무게를 반영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10년 이상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폈는데 큰 희생과 노력이 수반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간 간병과 요양원 문제로 인한 극심한 좌절감이 범행 결의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2심 판단도 같았다.
다만 이들이 재차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간병살인’은 초고령화시대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늙고 누구나 돌봄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간병 부담을 가족의 희생과 부담으로 해결하기보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공적 돌봄 체계나 긴급 지원 등의 정책 결정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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