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제주 교육계, 추모·규탄 물결

박성우 기자 2026. 5.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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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됐던 故 현승준 교사 분향소.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숨진 고(故) 현승준 교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제주 교육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교사유가족협의회를 비롯한 4개 교원단체는 22일 오후 7시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故 현승준 1주기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문화제는 추모공연과 의례, 유가족이 직접 낭독하는 추모사, 분향 및 묵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당초 제주도교육청 주관의 추모제가 별도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이 교육청의 태도에 반발하며 이를 거부함에 따라 문화제는 시민과 교원단체 중심으로 진행된다.

좋은교사운동은 1주기 추모 논평을 발표하고 지난 1년간 유가족이 마주해야 했던 행정의 무책임함과 모욕적인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좋은교사운동은 "故 현승준 선생님이 가족의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지만, 유가족에게 지난 시간은 단 한 순간도 온전한 애도의 시간이 아니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위에 반복되는 상처와 모욕, 그리고 책임 회피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인이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유서 내용의 대부분이 가정불화라는 허위 사실이 제주 교육계에 소문으로 돌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에 유가족은 2차 가해를 당했지만 예방도 사후 조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7월 김광수 교육감이 방송에서 '선생님들이 자존심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 이렇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이는 고인의 죽음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의 문제로 돌리고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하는 발언으로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고 규탄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유서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유족에게 2차 가해를 했던 자들을 색출해 징계하고, 국회 허위 경위서 제출 관련 공무원 전원을 징계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족에 대한 예외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김광수 후보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유족과 제주 전체 교사 앞에서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역시 같은날 성명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며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교육 구조의 개혁을 촉구했다.

제주교사노조는 "20여 년간 학생 교육에 헌신해 온 선생님은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반복적이고 부당한 민원으로 고통을 겪던 끝에 세상을 떠났다"며 "선생님의 부재는 학교 현장이 교사의 고통을 얼마나 늦게 알아차렸는지,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할 제도가 얼마나 현장 가까이에 닿지 못했는지를 아프게 남긴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제주교사노조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부당한 민원과 간섭을 인정했고, 국과수의 심리부검과 도교육청 진상조사반 역시 과중한 업무와 민원대응체계의 문제를 짚었으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순직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이 모든 인정과 확인은 선생님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려놓을 수 없기에,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생님이 겪었던 고통을 잊지 않고 현장을 바꿔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통해 민원이 쏟아지고 부당한 압박이 반복되는 현실, 학기 초 한 교사에게 학년 부장과 담임, 교과와 생활지도 업무가 동시에 짊어지워지는 구조는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며 "선생님의 죽음은 학교 민원과 업무가 개인의 인내와 책임감만으로 감당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가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잃고 나서야 제도가 움직이는 현실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며 "학교의 민원 대응 체계는 문서상 절차가 아니라 실제로 교사를 보호하는 구조여야 하며, 교사가 위험 신호를 보낼 때 학교와 교육청이 즉시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제주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에 앞서 지난 21일 제주 양지공원과 도교육청 추모 공간을 찾아 합동 헌화를 진행하고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교총은 성명을 통해 "고인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품고 바른 성장을 위해 헌신해온 참된 스승이었으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악성 민원과 부당한 공격으로 되돌아왔고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나야 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교총은 최근 제주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고인의 순직 1주기를 앞둔 지금까지도 교권 침해의 현실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장 교원의 79.6%가 교권 보호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것은 현행 제도가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결"라고 주장했다.

교총은 "가르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선생님만의 이익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교실 속 대다수 학생의 안전한 학습권을 지키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이자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교육의 기반"이라며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