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세수 500조’ 시대…“초과재원, 미래에 투자해야”

양영경 2026. 5.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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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급증 속 재정운용 방향 이슈 부상
초과분 전력망·구조전환 투자 ‘기금화’
“노르웨이 국부펀드식 장기 투자해야”
국가채무 줄여 재정여력 확보 ‘원칙론’도
국민환원도 거론…정부, 공식검토 선긋기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초과세수 활용안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노트북용 DDR5 DRAM. 임세준 기자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국가채무를 줄여 재정건전성을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재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340조~370조원대에 머물렀던 국세수입은 올해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가 영향으로 추가경정예산 기준 최소 4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잇달아 상향 조정되면서 법인세 증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 지급까지 겹치면서 근로소득세 증가폭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세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1억원 수준의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이 노사 합의에 따라 6억원 규모의 특별성과급을 받을 경우 근로소득세 부담은 기존 1274만원에서 약 2억4719만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급여는 7배 늘어나지만 세 부담은 약 19배 커지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 호황을 타고 내년 국세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초과세수를 어디에 활용할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우선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축소와 재정 여력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현행 국가재정법 역시 초과세수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우선 사용한 뒤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과 국채 상환 등 국가채무 축소에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수년째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국채를 줄이거나 국고에 적립해 향후 세수 부족 국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도체·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추가 세수를 단순한 일회성 재원으로 보기보다 별도 기금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초과세수를 일정 부분 적립해 경기 둔화기 재정 완충 장치로 활용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 투자와 산업 전환 지원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취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 성장 과정에는 정부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 투자도 있었던 만큼 성과 일부가 사회 전체로 환류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국채 상환 이전에 별도 기금을 만들어 적립한 뒤 미래 성장 투자나 재분배, 세수 부족 대응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 지원과 직업훈련, 전력망 구축 등 미래 성장 기반 확충에 초과세수를 장기 재원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세수 증가는 K자형 성장 과정에서 특정 산업의 성장에 따른 결과”라며 “성장 과정에서 뒤처진 계층이나 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국가 차원의 장기 투자와 재정 안정화 기능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생한 세금과 수익을 기반으로 조성돼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과 경기 변동 대응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업종 간의 차이로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초과 수익 일부를 장기 재원화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논의의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제기한 ‘국민배당금’ 형태의 국민 환원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AI 인프라와 공급망에서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의당 고민해야 한다”면서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검토 단계는 아니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방안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며 “대통령실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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