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륙과 신대륙의 밸런스…'레꼴 No.41'을 아시나요 [WAVE 인터뷰]

정소람 2026. 5. 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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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패닝턴 COO 인터뷰
라이언 패닝턴 레꼴 NO.41 COO. 나라셀라 제공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구조감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풍부한 과실미를 동시에 갖춘 와인이 있을까.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와인은 두 지역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3년 설립된 레콜 NO.41은 와인 불모지던 이 지역을 초기부터 개척한 와이너리다.

라이언 패닝턴 레콜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와인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장점을 아우르는 균형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나라셀라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와인 소비자들을 만났다.

워싱턴 와인이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 밸런스를 갖추게 된 비결은 독특한 기후 환경에 있다. 컬럼비아밸리, 월라월라밸리 등 이 지역 주요 산지는 여름철 기온이 높지만 동시에 혹독한 기온 차를 보인다. 한낮엔 약 40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이 되면 최저 12도로 뚝 떨어진다. 이런 조건 덕분에 포도가 산미와 향을 고스란히 보존한다는 설명이다. 레꼴은 이런 독특한 테루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1980년대 첫 빈티지부터 고집해 온 세미용과 슈냉블랑은 이들의 시그니처 화이트 품종이다. 

레콜의 레드와인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퍼거슨 밭에서 수확한 2011년 빈티지 레드와인(퍼거슨 에스테이트 밸리 블렌드)은 ‘디켄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보르도 블렌딩 와인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워싱턴 와인의 발전은 ‘진행형’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50년 전 ‘파리의 심판’은 미국 와인의 위상을 각인시켰지만, 단언컨대 ‘최고 워싱턴 와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신대륙 와인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도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 일답. 

▶아직 워싱턴 와인을 생소해 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다. 워싱턴 와인만의 차별점은.
워싱턴 와인은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어 완전히 다른 기후를 갖는다. 여름철 낮 동안은 햇살이 아주 강렬해 신대륙(나파밸리) 특유의 잘 익은 과실 풍미를 뿜어낸다. 반면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극심한 일교차를 겪는다. 이 혹독한 기온 차 덕분에 포도는 인위적인 당도 대신 구대륙(보르도) 와인의 핵심 특징인 '신선한 천연 산미'를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두 세계의 장점만을 모두 취한 최적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와인에서 '높은 산미'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산미는 와인에서 천연 보존제와 같아서 장기 숙성을 돕고, 여러 잔을 마셔도 입안이 피로하지 않고 끝까지 신선함을 유지하게 한다. 어떤 지역의 와인들은 과실 향을 너무 쥐어짜 내서 무겁고 진하게 만드는데, 그런 와인은 한 잔만 마셔도 쉽게 질려버린다. 반면 우리 와인은 높은 산미와 잘 익은 과실미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최고의 '음식 친화적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날 밤 한국식 돼지 바베큐(삼겹살)에 레꼴의 쉬라 와인을 곁들였는데, 특유의 신선한 산미가 고기의 묵직한 풍미를 완벽하게 잡아줬다.

와이너리 이름인 ‘레꼴(L’Ecole)’에 얽힌 특별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들었다.
A.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은 과거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정착해 주민들 사이에서 '프렌치 타운(Frenchtown)'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와이너리 건물 자체는 과거 프랑스어권 커뮤니티의 아이들이 다니던 오래된 학교 건물(Schoolhouse)이었다. 프랑스어로 학교를 뜻하는 '레꼴'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유서 깊은 학교 건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레꼴은 1983년에 문을 열었다. 왈라왈라 밸리에서는 세 번째, 워싱턴주 전체에서는 초기 개척자 역할을 한 오리지널 와이너리 중 하나다.

▶레꼴의 화이트 와인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확장되고 있나. 
레꼴은 1983년 첫 빈티지부터 세미용의 강력한 챔피언이었고, 1987년부터 생산한 슈냉 블랑 역시 시그니처 화이트로 자리 잡았다. 왈라왈라 밸리는 세미용 재배에 매우 적합하며, 극심한 일교차가 산미를 유지해 준다. 최근에는 향긋한 아로마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발맞춰 2023 빈티지부터 소비뇽 블랑 단일 품종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보르도 화이트 스타일로 세미용과 블렌딩하기 위해 소비뇽 블랑을 오래 재배해 왔지만, 단일 품종으로 따로 병입해 출시한 건 처음이다. 화이트 와인은 앞으로도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

라이언 패닝턴 레꼴 NO.41 COO. 나라셀라 제공


▶올해 최초로 도전하는 '리슬링'의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워싱턴주는 예전부터 아주 훌륭한 고품질 리슬링이 나오는 밭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레꼴에 새로 합류한 와인메이커가 워싱턴주 탑 티어 리슬링 밭의 포도를 활용해 완벽하게 드라이(Dry)한 스타일에 훌륭한 질감과 청량한 산미를 지닌 리슬링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첫 리슬링을 제대로 숙성시켜서 약 2년 뒤인 오는 2028년이나 2029년쯤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량은 아주 극소량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낮은 도수와 가벼운 와인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근 가벼운 바디감의 와인이 유행이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다른 워싱턴 와이너리들보다 포도를 일찍 수확해 과도한 추출을 피하면서도 와인의 장기 숙성에 필수적인 탄탄한 '구조감'을 절대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구조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이너리가 되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이다. 가벼운 바디감의 그르나슈나 카베르네 프랑이든, 묵직한 바디감의 멜롯이나 카베르네 소비뇽이든 모든 라인업에서 이 최고의 밸런스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러 잔을 마셔도 입안이 피로하지 않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레꼴의 컬럼비아 밸리 멜럿. 나라셀라 제공


▶국제적인 무대에서 구대륙 와인을 제친 경험도 있다고 들었다. 
워싱턴주는 보르도나 토스카나 해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멜롯과 보르도 품종 산지다. 특히 레꼴의 심장인 '퍼거슨 포도밭(Ferguson Vineyard)'은 설립자들의 이름을 딴 곳으로, 화산재 현무암 바위 지형이라 토양이 거의 없다. 포도나무 뿌리가 살기 위해 바위 틈을 뚫고 들어가 자라기 때문에 엄청나게 농축된 풍미와 강렬한 미네랄리티, 높은 산미를 뿜어낸다. 이 밭의 포도로 만든 '퍼거슨 2011 빈티지' 와인이 '디켄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프랑스 보르도의 특급 샤토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에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워싱턴 와인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한 레꼴만의 '파리의 심판'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와이너리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기후 변화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워싱턴의 기후 변화는 매우 점진적이라 농가들이 천천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 위도가 낮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기후 변화의 속도가 빨라 과거 강점을 가졌던 멜롯이 제대로 익지 못해 다른 품종으로 전환하는 생산자들이 늘고 있다. 반면 워싱턴은 아직 급격한 타격을 받지 않았다. 우리는 더 따뜻해지는 빈티지에 대비해 햇빛으로부터 포도 송이를 가려줄 수 있도록 포도나무 잎(Canopy)을 더 크게 키우고, 해충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워싱턴주 와인 메이커들 간의 독특한 문화가 있을까. 
워싱턴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젊고 작은 산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 생산자들은 서로 끊임없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우리 중 한 명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워싱턴 와인의 전반적인 품질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연대한다. 더불어 현지 대학의 와인 교육 프로그램을 자주 지원하며 미래의 젊은 양조가들과 노동자들을 훈련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장기적인 비전이 궁금하다.
50년 전 파리의 심판은 프랑스 외의 지역에서도 위대한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 세계 와인 마니아들에게 미국 와인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직접 와인을 맛보고 구대륙 와인과의 차이점과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나라셀라와 함께 거의 20년 동안 이 메시지를 전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와인은 맥주나 위스키와 달리 일 년에 딱 한 번만 수확할 수 있기에 테루아의 잠재력을 완전히 배우고 깨우는 사이클이 느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단언컨대, 워싱턴 와인 역사상 최고의 와인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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