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뱀 물림 위험 증가"…2090년 최대 50%↑

조인준 2026. 5. 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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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션엘리먼츠)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뱀의 활동범위가 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뱀에 물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탄소배출량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지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사람과 전세계 독사 508종의 서식지가 얼마나 겹칠지를 예측한 결과, 지역에 따라 뱀과 마주칠 확률이 최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뱀이 기온 상승과 산림·습지·초지 훼손으로 서식지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체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온동물인 뱀은 주변 환경과 기온에 민감하기 때문에 서식지를 바꾸기 어려워 개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공공·민간 데이터베이스와 학술문헌, 전문가 관찰 자료,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종합한 결과 일부 종들은 오히려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보다 나은 환경을 찾기 위해 뱀들이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독사와 마주칠 일이 극히 드물었던 지역의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기준 전세계에서 뱀과 조우할 가능성 지수를 1이라고 치면, 2050년에는 1.2, 2090년에는 1.5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WHO 소속 연구자인 데이비드 윌리엄스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모든 뱀의 활동범위가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사람과 독사가 겹치는 지역은 더 넓어질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독사의 분포와 활동 패턴, 사람과의 접촉 빈도를 바꾼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코튼마우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서식하는 크라이트, 살무사, 인도의 코브라, 아프리카의 블랙맘바 등 치명적인 수준의 독사가 활동 범위를 넓히기 쉬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미국의 경우 뱀이 북쪽으로 향하면서 뉴욕주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와 중국 윈난성 산림지대 등 중부·북부의 인구 밀집 지역에 뱀이 출몰할 가능성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매년 약 6만명이 뱀물림 사고를 당하는 인도의 경우, 도심지인 북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남반구인 아프리카와 호주, 남미에서는 뱀들이 더위를 피해 남쪽으로 향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파라과이,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북부까지 서식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됐다.

뱀물림 피해는 이미 심각한 보건 문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400만건의 뱀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약 13만8000명이 숨지고 40만명이 반영구적인 장애를 입는다. 연구진은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지역별로 어떤 뱀이 서식할지 파악하고 이에 대응해 항독소를 구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변화에 의한 독사 분포 변화에 맞춰 어느 지역에 어떤 항독소를 구비할지, 위험 지역의 의료시설 역량을 어떻게 높일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WHO의 보건 전략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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