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세이렌’의 역설…‘탈벅’에 메가·투썸 반사이익 얻나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2026. 5. 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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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18 ‘탱크데이’ 행사로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와 정용진 회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때 소비자들을 강력하게 유혹하던 스타벅스의 ‘세이렌(Siren)’이 이번엔 경보음(siren)을 크게 울리고 있다.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탈벅(스타벅스 탈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 이탈 수요가 저가 커피 브랜드와 디저트 경쟁력을 갖춘 또 다른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로 분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 홀려 커피 마시게 하고, 강력한 팬덤 구축했는데
[연합뉴스]
스타벅스 로고 속 왕관을 쓴 양꼬리 여인은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이다.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서 여자의 얼굴을 하고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한 존재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천상의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해 침몰하게 만드는 유혹자로 묘사된다.

스타벅스 창업주 하워드 슐츠는 세이렌이 뱃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사람들을 홀려서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스타벅스의 로고를 만들었다.

이처럼 ‘유혹’을 브랜드 철학의 핵심으로 삼아온 스타벅스에게 이번 ‘5.18 탱크데이’ 논란은 뼈아픈 역설이다. 세이렌(siren, 영어로 경보음)이 소비자 이탈을 알리는 경보음으로 되돌아와서다.

스타벅스는 그 동안 국내에서 텀블러·한정판 굿즈·프리퀀시 이벤트 등을 앞세워 ‘팬덤 경제’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소장 문화를 결합해 고객층을 ‘유혹’,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온 것이다.

특히 시즌 한정 굿즈를 출시할 때면 ‘오픈런’ 행렬을 낳을만큼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고, 이는 경쟁사들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탈벅’ 불매 운동 확산...정부기관 차원 움직임까지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머그잔을 부수는 등 거센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스레드 캡처]
그러나 이번 5.18 탱크데이 논란을 계기로 브랜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달라지는 분위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자발적 불매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SNS에 “오늘만큼은 스타벅스 안간다”라고 선언하거나 스타벅스 대신 온 카페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아예 스타벅스 컵을 망치로 부수는 영상을 올리거나 쿠폰을 잘라 인증하는 사례도 퍼지는 중이다. 선불카드 잔액을 환불받거나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 이같은 불매 조짐은 스타벅스의 매출 타격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기관 차원의 불매 움직임까지 나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X(옛 트위터)에 “스타벅스코리아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행안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은 그동안 국민 참여 이벤트 등에 커피 교환권 등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해 왔는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직 문화를 담당하는 행안부가 스타벅스 불매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번 사안이 공무원 사회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수사 역시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서울 강남경찰서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으로 고발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건 수사를 맡을 예정이었지만, 논란이 커지자 서울 경찰청이 사건을 넘겨받았다. 브랜드 리스크가 오너 리스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때가 기회...저가커피냐 디저트 프리미엄 카페냐
[메가MGC커피]
업계에서는 이번 ‘탈벅’ 움직임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이 크게 가성비 중심의 저가커피 혹은 스타벅스와 비슷한 프리미엄 프랜차이즈 브랜드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최근 가성비를 앞세워 공격적인 출점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메가MGC커피의 경우 접근성이 다른 업체들보다 좋아 ‘탈벅’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메가커피의 가맹점 수는 3325개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많다. 이어 컴포즈커피(2649개), 이디야커피(2562개), 빽다방(1712개), 투썸플레이스(1510개) 순이다.

매출 규모에서는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한 스타벅스의 독주가 이어지지만, 저가 커피 브랜드 중 선두권인 메가커피의 성장세를 간과하기 어렵다. 필리핀 외식업체 졸리비가 인수한 컴포즈커피 역시 또 다른 탈벅 수혜자로 거론된다.

[투썸플레이스]
커피업계 관계자는 “이미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은 직장인과 학생층을 중심으로 높은 접근성을 확보한 상태”라며 “여기에 ‘굳이 비싼 커피 마실 이유가 없다’는 소비 심리가 맞물릴 경우 수요 이동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탈벅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는 스타벅스와 소비층이 일부 겹치는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다. 투썸플레이스와 폴 바셋 등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매장 분위기와 디저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스타벅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투썸플레이스는 케이크·디저트 강점을 기반으로 여성 소비자와 직장인 수요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대신 동네 개인카페를 찾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치 소비와 로컬 소비 트렌드 속 스타벅스 브랜드 논란을 계기로 아예 동네 소규모 카페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여론과 실제 소비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다만 이번 논란이 스타벅스의 공고했던 브랜드 이미지에 균열이 가게 한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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