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온라인 완판·창구 오픈런…‘국민펀드’ 대박 조짐
소득공제 혜택에 직장인 대거 몰려
중도환매 제한…중기투자처 수요도
‘3000만원’구간 소득공제율 가장 높아
“종잣돈 마련위해 ETF 팔아” 사례도

“ETF(상장지수펀드)를 정리해서 겨우 3000만원 맞췄어요. 5년 뒤 첫째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합니다.”
정부가 일부 손실을 떠안고 역대급 세제 혜택까지 담은 국민성장펀드가 가입 첫날부터 일부 온라인 창구에서 모집 한도를 빠르게 채우며 초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증권사의 비대면 판매 채널은 ‘조기 완판’ 소식을 전했다. 신한은행·우리은행, 미래에셋증권·KB증권 등은 오전 10시도 되기 전에 온라인 판매 물량 마감을 공지했고 비대면 가입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도 현장에서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의 핵심 매력으로 꼽히는 소득공제 혜택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 수요자들이 대부분 출근길에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개시 10분만에 매진=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AI(인공지능)·바이오·방산·로봇 등 12개 첨단 전략 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손실이 나면 정부가 재정을 활용한 후순위 출자 방식으로 최대 20% 범위까지 우선 부담하고 운용 성과는 투자자에게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여기에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부여했다. 개인 모집액은 총 6000억원으로, 선착순 판매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흥행 조짐에 ‘완판’이 예상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체 물량의 약 40%를 비대면 채널로 배정했는데 소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보다 일찍 판매를 개시한 미래에셋증권은 오전 8시 판매 개시 뒤 10분 만에 매진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오프라인 창구에서도 오전 9시께 배정 물량의 3분의 1가량이 소진돼 오전 중으로 물량이 모두 완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대면 가입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판매사별 배정 물량과 온라인·영업점 물량이 나뉘어 있는 만큼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는 판매사별 잔여 한도와 가입 가능 채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객장까지 고객이 대거 몰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수도권 일부 영업점에선 창구 가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오프라인 수요까지 본격적으로 붙으면 오늘 안에 금융권 전체 물량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 창구에서는 투자성향 진단과 의무 녹취 절차가 더해지면서 고객 한 명이 가입을 마치는 데 통상 40~50분가량이 소요됐다. 상품 설명과 투자자 보호 절차가 대폭 강화되면서 고령층이거나 스마트뱅킹 등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경우, 가입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사례도 보였다. 창구에선 “국민성장펀드는 공격투자형 1등급이 나와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안내하고 투자 성향 분석과 위험 고지 절차를 반복해서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ETF 팔아 3000만원 채워”=업계에선 초기 수요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으로 세제혜택을 꼽는다. 전용계좌를 통해 가입하면 투자금액별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율은 투자금액 3000만원 이하 40%, 3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20%, 5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10%다. 최대 소득공제 한도는 1800만원이다. 배당소득은 투자일로부터 5년 동안 9%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9.9%다.
주목해야 할 절세 포인트는 소득공제율이 가장 높은 ‘3000만원 구간’이다. 예를 들어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이 3000만원을 투자하면 약 316만원의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금의 40%인 1200만원이 공제 대상이 되고, 여기에 한계세율 24%와 지방소득세 2.4%를 적용하면 약 316만8000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세금 환급만으로도 투자 원금 대비 약 10% 수준의 효과를 확보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공모주가 계좌 수 싸움이었다면 국민성장펀드는 ‘종잣돈이 관건’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로 인정받는 최대 한도인 3000만원을 채우려면 목돈을 한 번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적금처럼 매달 돈을 넣는 적립식 구조가 아니라 가입 시 투자금을 일시 납입한 뒤 5년간 환매가 제한되는 상품이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40대 김모씨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3000만원 한도를 최대한 채우는 게 유리할 것 같아 ETF를 정리해 자금을 마련했다”며 “5년 뒤 만기가 되면 첫째 대학 등록금이나 학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에선 중도 환매가 어려운 구조 탓에 30·40세대보다 노후 자산을 굴릴 중기 투자처를 찾는 고령층 중심으로 상담 문의가 잇따랐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상품 출시 첫날 NH농협은행 정부서울청사지점을 찾아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판매 현장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판매사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국민참여성장펀드가 국민에게는 미래 전략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되고 첨단전략산업 기업에는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는 상생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혜림·김유진·서상혁·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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