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경찰 수사 스모킹건은 ‘5단계 결재라인’에 있다?[산업이(異)면]

박홍두 기자 2026. 5. 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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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결재라인의 단순 실수인가, 계산된 의도인가
정용진 신세계 회장 고발로 번진 사태
“몰랐다”는 해명과 “오너 책임” 공방도
신세계그룹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펼친 ‘탱크데이’ 이벤트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고객이 들어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가 5월18일에 진행하려던 ‘탱크데이’ 프로모션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를 넘어 한국 사회의 역린을 건드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하루에 세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신세계그룹이라는 거대 유통 공룡의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자부하던 이들이 어떻게 4~5단계에 이르는 결재 라인을 거치면서도 이 치명적인 결함을 잡아내지 못했느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향후 경찰은 바로 이 지점의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시선은 이번 논란의 최종 책임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그물망’ 결재 라인, 왜 ‘구멍’ 났나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문제 삼으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통상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프로모션은 실무자가 아이디어를 내는 순간부터 최종 공표까지 첩첩산중의 결재를 거친다. 실무팀 내에서의 수정을 거쳐 팀장, 본부장,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표이사(CEO)의 재가까지 최소 4~5단계의 필터가 존재한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세계그룹 차원의 브랜드 관리 부서와의 조율도 거친다.

문제는 이 ‘다단계 결재’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업계의 의심이 나온다. 오히려 이 단계들이 ‘면피용 절차’로 전락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책임의 분산’ 효과로 설명한다. 단계가 많아질수록 각 결재권자는 앞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됐을 것이라고 맹신하게 되고, 결국 가장 중요한 ‘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판단은 아무도 내리지 않는 공동의 부주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 내부의 ‘집단 사고’ 오류도 원인으로 꼽힌다. 매출 목표와 프로모션 효과에만 매몰된 조직 문화 속에서, 5월 18일이라는 날짜와 ‘탱크’라는 단어의 조합이 가져올 파괴적인 맥락을 지적할 만한 비판적 시각이 결재 라인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직접 수사, 결재 라인이 ‘스모킹 건’

이번 사태는 온라인상 논란을 넘어 사법기관의 수사 대상으로 전환됐다. 서울경찰청이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사건을 이첩받은 것은, 사안의 중대성이 단순히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사의 핵심은 ‘결재 라인’을 복원하는 것이다. 실무 단계에서 누군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의 연관성을 우려해 보고했음에도 상급자가 이를 묵살했는지, 아니면 전 과정에서 조직적인 방임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이 혐의 입증의 관건이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특정 단계의 결재권자가 논란의 여지를 인지하고도 “그냥 진행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이는 단순 과실을 넘어 고의적인 역사 왜곡 및 명예훼손 혐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전 라인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신세계와 스타벅스는 ‘시스템 부재’라는 뼈아픈 경영상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정용진 회장 형사처벌 가능성은… 브랜드 리스크 관리의 재정립 시급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규탄하며 신세계 계열 상품 불매 상징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정용진 회장의 형사처벌 가능성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을 비방할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오너가 직접 문구를 작성하거나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만약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내부 보고가 올려졌음에도 정 회장이나 그룹 수뇌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이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론은 형사적 책임을 넘어 주주들에 의한 배임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신세계 측은 “정 회장은 해당 건을 결재하지 않았으며 계열사의 단독 판단”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룹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신세계에서 이런 사안이 오너의 인지 없이 진행됐을 리 없다”며 정 회장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결국 경찰 수사는 이 ‘5단계 결재라인’ 중 어느 지점에서 역사적 맥락이 묵살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오너의 ‘입김’이나 ‘침묵’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 직후 정 회장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즉각 경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거 ‘멸공 논란’ 등 정 회장의 개인적 정치 성향이 이번 마케팅 사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매 운동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단순히 예산 집행과 일정 관리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은 사회적 가치(ESG)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언제든 ‘흉기’가 돼 기업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스타벅스 코리아는 물론,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브랜드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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