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테이지 "하정우 자문, 네이버 허락 받은 사안" 해명 하정우 "스타트업 통상적인 베스팅 원칙을 준수한 거래" 네이버 본사·네이버클라우드 모두 공식 입장 없이 침묵 "알고도 승인했으면 배임, 몰랐으면 내부관리 실패" 비판 업계 "국내 통상 스톡옵션 아닌 미국 베스팅 구조에 가까워"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오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유세차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네이버 재직 당시 경쟁 관계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스테이지 측은 "네이버의 허락을 받은 정상적인 계약"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네이버는 사태 발생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일부 주주와 업계의 의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네이버가 하 후보의 업스테이지 주식 취득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업무상 배임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는 날 선 비판까지 제기된다.
■'입 닫은 네이버'…업스테이지·하정우 후보는 적극 해명
22일 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하 후보의 업스테이지 '베스팅(Vesting) 계약'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네이버 본사와 네이버클라우드 모두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수준의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는 상태다.
하 후보는 2017년 네이버 클로바 AI 리서치 리더, 2020년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이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네이버 AI 사업 전반을 이끌었다. 지난해 6월에는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논란의 핵심은 하 후보가 네이버 AI 핵심 보직을 맡고 있던 시절, 업스테이지와 맺은 베스팅 계약이 합당했는지, 네이버가 그 사실을 인지했었는지 여부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20일 공식 입장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업스테이지는 "설립 초기부터 AI 교육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하정우 후보가 2021년 관련 자문을 수행했다"라며 "네이버 재직 중이던 하 후보는 업스테이지 자문 역할에 대해 네이버의 공식 허락을 받은 후, 비상근 AI 교육 한정 자문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또한 "스타트업 초기에 자문을 받기 위해 현금성 보상이 아닌 초기 주식을 베스팅 형태로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부연했다.
하정우 후보 역시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베스팅 원칙을 준수한 정상적인 거래였다. 정당한 계약 이행 과정"이었다며 업스테이지 보다 한발 앞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 후보가 네이버 재직 당시 회사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베스팅 계약 또한 자문 활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였다는 주장이다.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 사진=뉴스1
■"단순 자문 허락이 주식 취득 승인으로 둔갑"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임직원이 외부 기업 자문의 대가로 훗날 거액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비상장 지분을 챙기는 상황을 회사가 묵인했겠느냐는 것.
하 후보와 업스테이지 측이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단순 자문 허락'을 마치 '주식 취득 승인'까지 받은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해 거짓 해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부산 북구 보선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 또한 이 부분을 지적했다.
한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 임원 누군가가 하정우 후보에게 저걸 허락해 줬다면 민주당이 주도한 개정상법에도 정면으로 반하고, 네이버에 손실을 가한 배임 행위"라고 언급했다.
하 후보의 자문 활동 과정에서 네이버의 AI 핵심 기술이나 사업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선 이례적 구조"…미국 실리콘밸리식 계약"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번 계약 구조가 일반적인 자문 계약이나 스톡옵션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실제 주식을 먼저 부여한 뒤, 일정 기간 역할 유지나 근속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확정 물량을 회사 측에 반환하는 구조"라며 "국내 보다는 미국 실리콘밸리식 리버스 베스팅(Reverse Vesting) 또는 제한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업스테이지 사례는 일반적으로 국내 스타트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톡옵션 구조와는 조금 다른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계약 구조와 실제 운영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 후보는 액면가 기준으로 업스테이지 주식 1만 주를 먼저 부여받았고, 이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의무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한 4,444주를 액면가인 주당 100원에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에게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상 베스팅 조건, 반환 조항, 반환 가격 산정 방식, 반환된 주식의 재사용 제한 여부 등이 명확히 존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