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 열고 이 대통령이 막아섰다…성과급 전쟁의 두 얼굴

고예인 기자 2026. 5. 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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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영업이익 성과급 선례가 남긴 후폭풍 거세
오너리스크로 촉발된 ‘최태원의 성과급’…삼성도 흔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하이닉스 노사 성과급 합의와 이혼 소송 리스크 그리고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주주·협력업체·노조 갈등 확산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ChatGPT생성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창사 이래 초유의 총파업 위기는 일단 봉합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밤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영업이익 기반의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성과급 선례가 남긴 후폭풍은 대한민국 재계 전반을 흔들 만큼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을 나눠 갖는 성과급'이란 비판을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이 단초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의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이대통령은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데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을 많이 넘었다"고 질타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사업성과의 10.5% 수준으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영업이익 N% 성과급' 구조가 삼성전자까지 공식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는 이러한 흐름의 출발점으로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 합의를 지목한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에 합의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재계 질서를 흔드는 전례 없는 합의"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 SK하이닉스 성과급, 경영원칙 아닌 위기진화 수단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단초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최태원 SK하이닉스 총수는 작년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 개인적인 법적 리스크 부담에도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이는 이번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라는 더 높은 수치를 제시하며 성과급 상한 폐지까지 요구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 노사의 전례 없는 합의문이 경쟁사 노사 협상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 대한민국 재계 전체의 보상 기준을 뒤흔들 기폭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이러한 노사 성과급 합의가 정상적인 경영 원칙보다 최태원 회장의 개인 송사 등 특수 상황 속에서 나온 '위기 진화형 결정'이었다는 시각이다. 당시 최 회장은 노소영씨와 이혼소송 장기화와 잇따른 사회적 논란 속에서 상당한 여론 부담을 안고 있었다. 재계에서는 당시 최 회장이 막대한 위자료 부담 가능성까지 안고 있었던 만큼 그룹 전반의 여론 관리와 조직 안정 필요성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지분은 없고 SK㈜ 지분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SK㈜ 지분 처분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만큼 당시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압박도 상당했다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성과급 합의는 냉정한 재무 원칙이나 투자 전략 차원의 결정이라기보다 조직 내부 불만과 외부 여론 악화를 빠르게 봉합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며 "기업의 장기 투자 계획과 합리적 자본 배분 원칙보다는 오너 리스크 관리 측면이 훨씬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원 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업황 사이클에 따라 현금 흐름 변동성도 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영업이익 자체를 고정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에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 공식을 깼다. 이후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과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더 강한 요구안을 들고 나왔다. 한 번 열린 '영업이익 배분' 구조가 더 거대한 요구를 불러왔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내 몫은 어디 있나"...주주·하청·농민까지 번진 후폭풍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삼성전자의 성과가 원청 정규직만의 몫이 아니라며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농민단체까지 가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반도체 산업 확대 과정에서 농촌 희생이 뒤따랐다며 기업 이익 일부를 농어촌과 공유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반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주주에게 귀속돼야 할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삼성전자 이사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일부 주주단체는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 이후 국내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주주들 반발까지 본격화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이 커질수록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구조가 고착되면 결국 주주 몫 감소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며 "향후 이사회 책임론이나 배임 논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계에서는 '주주자본주의' 흐름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기업 이익을 노동과 경영진 중심이 아니라 주주 가치 중심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다. 주주 몫을 우선 고려한 뒤 남는 잉여 재원으로 임금과 성과급을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다.

재계에서는 결국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누가 기업 이익의 우선 배분권을 갖느냐'는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과 농민 그리고 주주까지 모두 '내 몫'을 요구하는 구조로 번지고 있다"며 "한 번 영업이익 배분 구조가 열리자 이해관계자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충돌·삼성 내부 균열...갈등 장기화 우려

정치권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합의를 '대화와 타협의 성과'로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급 연쇄 파업의 시작'이라며 IT·제조업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DS 부문뿐 아니라 DX와 모바일 그리고 가전 사업까지 동시에 운영하는 복합 기업이다. 특정 사업부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 체계가 강화될 경우 내부 충돌은 불가피하다.

실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DS 중심 요구에 대한 불만과 탈퇴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왜 특정 사업부 성과를 기준으로 전체 보상 체계가 움직여야 하느냐"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 내부의 '노조 내부 균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확대될 경우 내부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공개 언급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논쟁의 핵심은 성과급 몇 퍼센트가 아니다"라며 "기업 이익을 투자와 주주 그리고 노동 가운데 누가 우선 배분받을 것인가에 대한 대충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의 선례 하나가 삼성을 넘어 한국 산업계 전체 보상 체계를 흔드는 나비효과로 번지고 있다"며 "노사를 넘어 '누가 기업 이익의 우선 배분권을 갖느냐'는 총체적 갈등이 우리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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