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1000대 수출론…현실은 ‘생존 경쟁’ [박수찬의 軍]
라팔·F-16·그리펜…KF-21의 경쟁력은
중동 공동개발 카드, 돌파구 될까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3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산 KF-21 전투기의 미래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김 사장의 언급만 보면, KF-21이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 추세 등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0대, 1000대 수출될까
전투기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려면 250∼300대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공군 도입 물량까지 감안하면, 김 사장이 언급한 ‘200대 플러스 알파’는 KF-21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T-50은 150여대, 수리온은 2대만 수출됐다. 당초 예상과 거리가 멀다.
KF-21은 어떨까. KF-21은 세계 전투기 시장 가운데 경쟁자가 가장 많은 4.5세대 전투기 시장에 진입한다. 라팔, 타이푼, F-16, F-18, 그리펜, JF-17, J-10, SU-35가 고강도 경쟁을 펼치는 곳이다.

F-16은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운용한다.
이들 경쟁 기종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갖춘 상태다. 현재 상황에서 KF-21이 이들을 상대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뚜렷한 성능적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기종인 F-16,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리펜 수준의 비행시간당 비용과 정비비 구조를 확립해야 KF-21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 전반에 걸친 쇄신을 통해 경쟁 기종들보다 효율적인 비용 구조와 전략적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성능을 겸비한 KF-21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구성해야 수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F-35처럼 개발 초기부터 수천대의 물량을 확보했다면, 모든 임무를 높은 수준으로 완수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 수 있다.

KF-21 수출과 관련, KAI는 UAE와 사우디 등과 공동 연구개발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UAE와는 미군 F/A-18G 전자전기처럼 전파방해 포드 등의 전자전 체계를 갖춘 KF-21EJ, 사우디와는 내부무장창이 있는 KF-21EX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KF-21EJ와 KF-21EX는 KAI의 KF-21 진화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KF-21EJ→KF-21EX→유·무인복합체계→차세대스텔스기로 이어지는 진화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KF-21EJ와 KF-21EX는 중동의 자본력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모양새다. 실현된다면 양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수송기(MC-X) 개발이 대표적이다.
UAE는 KAI와 MC-X 공동개발이 거론되어왔으나, 최근 브라질 엠브리어의 C-390 수송기 10대 구매를 결정했다. 옵션으로 10대 추가 도입이 가능한 이번 계약에는 기체 공급 및 현지 정비 센터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UAE의 결정은 KF-21 공동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대형 군용기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개발 파트너 입장에선 높은 수준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상대국이 인내심을 갖게 하려면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일정 및 소요 확보, 개발·생산 분담, 비용 부담 비율, 유지보수·훈련 분야에 이르는 패키지를 미리 구성·제안하는 것이 필수다.
중동 국가들은 글로벌 방위산업체들로부터 수많은 제안을 받으므로, 언제든 다른 대안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중동 국가들은 산업 발전 차원에서 첨단 기술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큰 폭의 기술이전을 원하는 모양새다. 기술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투자 철회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매체 라 트리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라팔 F5 전투기 개발 자금 조달과 관련해 UAE와 프랑스 간 협상이 지난해 말 중단됐다.

항공우주분야에선 핵심기술들이다. 해당 기술의 이전 문제를 놓고 인식차가 커지면, 비용 분담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공동개발이 어려워진다.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군용기 제조업체들은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하며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태국이 그리펜 E/F 구매를 결정했을 때, 제작사인 스웨덴 사브는 계약금액(5억2400만~5억5000만 달러)의 155%에 달하는 절충교역(반대급부)을 제시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페루에 F-16 12대 판매를 추진하면서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이 아닌 일반상업판매(DCS) 방식을 수십년만에 사용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 승인(34억2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은 15억 달러로 조정했다.

일종의 ‘턴키(Turn-key)’ 계약이다. 턴키는 공급자가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완성하고, 고객은 열쇠만 돌리면(Turn Key)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인도받는 계약 방식이다.
구매국이 KAI를 선택하면 KAI가 작전·군수·정비·무장 등의 패키지를 구성해서 KF-21과 함께 도입국에 넘기고, 구매국은 곧바로 항공작전에 나서는 방식이다.
KAI로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구매국은 항공작전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항공무장의 성능과 신뢰성 향상도 필수다. KAI는 미국·유럽·국산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수출형 모델로 KF-21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거리 지상 타격부터 방공망 제압에 이르는 임무를 모두 수행하려면, 타우러스나 스피어처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항공무장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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