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재무는 엉망인데 몸값은 6000조인 새내기주들
스페이스X, 12일 상장...韓개인은 청약 안 돼
매출과 적자가 비슷...머스크식 ‘황제 경영’도
우주 사업은 명분일 뿐, xAI ‘그록’ 투자 의심
“9월 상장 목표” 오픈AI도 재무 악화 우려 ↑
앤스로픽 “흑자 보장 못 해”...시총만 ‘톱10’

올해 뉴욕 증시의 기업공개(IPO) 3대 최대어로 꼽히는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이 상장 작업에 예상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사업을 품은 기업들로 증시 자금 조달을 통해 시장 경쟁을 뚫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의 예상 몸값의 총합이 무려 4조 달러(약 600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월가의 관심도 매우 높은 분위기다. 개별 기업가치만 따져도 각 회사는 증시 입성과 동시에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재무 상황은 몸값에 비해 턱없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모두 대규모 인프라(기반시설) 투자에 집중하느라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이익의 규모도 기업가치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작다. 수익 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 높은 주가를 인정받을 경우 자칫 거품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는 역대 최대 규모 IPO로 월가의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스페이스X는 2002년 5월 머스크 CEO가 설립한 회사로 우주 산업 주도권을 국가에서 민간으로 바꾼 기업이 됐다. 로켓을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회수 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2015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우주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 수준으로 낮춘 게 핵심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달 착륙 프로젝트에도 핵심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 2월에는 AI 모델 ‘그록’의 xAI와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당시 주요 외신이 추정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 2500억 달러(약 1875조 원)이었지만, 시장은 이제 그 규모를 최대 2조 달러(약 3000조 원) 수준으로 높여 잡고 있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700억~75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스페이스X가 시장 예상대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는 2019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웠던 기존 IPO 자금조달 최대 기록 294억 달러를 훌쩍 넘게 된다.
실제 스페이스X는 20일 미국 SEC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주당 의결권 1개를 부여하는 클래스A 주식을 판매하고, 머스크 CEO와 소수 내부자는 주당 의결권 10개를 주는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하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도입할 방침이다. 머스크 CEO가 전체 의결권의 85.1%를 소유하고,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자신을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스페이스X 주식의 상당분을 개인에게 할당하면서도, 주주의 법적 청구는 중재를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소송 제기 장소에도 제한을 뒀다. 투자설명서는 스페이스X의 사업 목적을 “인류의 우주 진출을 선도해 궁극적으로는 달과 다른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했다.
스페이스X의 거래종목 코드는 ‘SPCX’이고 대표 상장주관사는 골드만삭스다. 공동주관사로는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JP모건 등이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도 인수단에 포함은 됐으나, 한국의 개인이 공모 물량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설명서는 국가별 판매 제한 현황을 설명하면서 “클래스A 보통주는 한국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 따라 등록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며 “클래스A 보통주는 한국에서 사모 방식으로만 제공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적었다.

스페이스X의 1분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2월 xAI와 합병 때문이었다. ‘챗GPT’의 오픈AI, ‘제미나이’의 구글, ‘클로드’의 앤스로픽에 뒤처진 xAI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지난해 127억 달러(약 19조 원)를 설비투자액으로 썼다. 이는 최대 매출원인 스타링크의 지난해 연간 매출 114억 달러(약 17조 원)보다 더 많은 수준이었다. 우주 발사 사업도 지난해까지 적자였다. 당장 현금 창출이 시급한 스페이스X는 앤스로픽과 대형 데이터센터 두 곳의 컴퓨팅(연산 능력) 용량을 월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750억 원)에 2029년 5월까지 임대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스페이스X 매출의 20%가량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국방부(전쟁부)·국가정찰국(NRO) 등 미국 연방정부 기관에 의존한 점도 특기할 부분이다.
머스크 CEO가 운영하는 계열사와 내부 거래도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테슬라에서 메가팩 에너지저장장치 5억 600만 달러(약 7590억 원)와 사이버트럭 1억 3100만 달러(약 1965억 원)어치를 각각 구매했다. xAI도 2024년 초부터 올 2월까지 테슬라에 7억 3100만 달러(약 1조 965억 원)를 지급했다. 투자설명서에 나온 테슬라의 이름만 무려 87차례다.
이 와중에 머스크 CEO가 받는 보상 구조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했다. 머스크 CEO의 연봉은 5만 4000달러(약 81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화성에 영구 식민지를 건설하고 기업가치를 7조 5000억 달러로 키울 경우 클래스B 주식 10억 주를 받을 수 있게 보상안을 설계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에서도 2035년까지 회사 시총을 8조 5000억 달러로 끌어올리고 로봇·자율주행 개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 원) 수준의 보상을 받기로 했다.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 이사의 의장을 맡으면서 이사 선임권까지 쥐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의 이사진은 그윈 쇼트웰 사장 등 머스크 CEO 측근들로 채워졌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회사인 셈이다. 366일간 보호예수가 적용되는 머스크 CEO와 주요 투자자들과 달리 상장 전 투자자들은 첫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최대 20%의 지분을 미리 매도할 수 있다. 이는 상장 초기 주가 흐름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xAI는 머스크 CEO가 2023년 3월 9일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머스크 CEO는 애초 xAI가 아니라 2015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공동 설립자로서 AI 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오픈AI가 비영리에서 영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회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018년 이사회를 떠났다. 머스크 CEO는 이후 오픈AI가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출시하며 세상을 흔들자 이듬해 xAI를 만들었다. xAI는 그해 11월 생성형 AI 그록을 선보이며 후발주자로 나섰다. 그록은 머스크 CEO의 또 다른 회사인 X(옛 트위터)를 기반으로 최신 정보를 찾는 데에 최고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창의성, 업무 적용성 등에서는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 상장을 통해 단기적으로 xAI부터 살리려 한다는 의심은 최근 오픈AI와의 소송전을 통해서도 확산됐다. 머스크 CEO는 오픈AI의 창업 당시 비영리 유지를 조건으로 초기 자금으로 3800만 달러를 댔으나, 오픈AI가 영리를 추구하면서 부당 이득을 얻었다며 2024년 8월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 오클랜드지원에 최대 1340억 달러(약 201조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안건에는 샘 올트먼 CEO와 그레그 브록먼 사장의 해임도 있었다.
이에 오픈AI는 머스크 CEO가 오픈AI의 영리 전환 계획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 자신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이사회를 떠났다고 반박했다. 이후 경쟁사인 xAI를 설립한 뒤 오픈AI를 견제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항변했다.
배심원단 9명은 이달 18일 머스크 CEO가 정해진 기한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고작 2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원고 패소 평결을 내렸다. 사건을 맡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도 그 직후 평결을 수용해 머스크 CEO의 소 제기를 기각했다. 머스크 CEO가 소송에서 문제를 제기한 ‘공익신탁 의무 위반’과 ‘부당이득’ 등 두 사안의 소 제기 시한은 원고가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각각 3년과 2년이다. 배심원단은 머스크 CEO가 해당 문제를 2021년 8월 이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로저스 판사는 “공소시효 만료 여부는 철저히 사실관계의 문제이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항소심까지 갈 이유도 없다고 시사했으나, 머스크 CEO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오픈AI가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스페이스X의 xAI와 앤스로픽의 증시 입성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월가는 오픈AI가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 원)의 기업가치로 증권 당국에 IPO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20억 달러(183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 비상장사다. 오픈AI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과 손잡고 5년간 5000억 달러(약 750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오픈AI도 재무적으로 xAI 못지않게 어려운 상태라는 점이다. 월가는 막대한 적자 기업인 오픈AI가 최소 2030년까지는 흑자로 전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오픈AI가 계약한 데이터센터 규모가 너무 커 내부 매출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3년 안에 투자금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에는 자체 AI 칩 텐서처리장치(TPU)로 무장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3.0’에 충격을 받은 올트먼 CEO가 직원들에게 ‘적색 경보(코드 레드)’를 발령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달 27일 WSJ에 따르면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다른 임원들에게 “매출이 빨리 성장하지 못하면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들도 최근 몇 달 동안 데이터센터 계약을 면밀히 살피면서 사업 성장 둔화에도 컴퓨팅 자원 추가 확보에 집중하는 올트먼 CEO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말까지 주간활성이용자(WAU) 10억 명을 확보하겠다는 내부 목표와 연 매출 계획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픈AI는 올 들어서도 기업용 시장에서 또 다른 경쟁사 앤스로픽의 ‘클로드’에 뒤지면서 월 매출 목표 달성을 여러 차례 실패했다. 오픈AI는올 들어 챗GPT 구독자들의 이탈을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프라이어 CFO는 오픈AI 경영진과 이사진들에게 현 회사 상태로는 상장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공시 기준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며 경영 효율화를 촉구했다. 이달 5일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프라이어 CFO는 올초에 이미 일부 동료들에게 막대한 지출과 절차적 문제를 들며 연내에 상장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AI 에이전트(업무 도우미)의 수요가 치솟고 관련 연산량이 급등하는 점을 감안해 데이터센터 계약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올트먼 CEO의 생각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인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 남매가 2021년 창업한 회사다. 공동 창업자 전원이 오픈AI 출신이다. 이들은 비영리 업체로 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거액의 투자를 받고 영리성을 추구하자 이에 반발해 회사를 나왔다. 앤스로픽은 올 1월 12일 ‘클로드 코워크’로 소프트웨어(SW) 업종을 줄줄이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시장에 심은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강력한 해킹 도구가 될 수 있는 ‘미토스(Mythos)’ 모델을 내놓아 전 세계를 긴장케 했다. 앤스로픽은 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과 중동 전쟁에서 클로드가 결정적인 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로도 재조명을 받았다.
앤스로픽은 오픈AI와 마찬가지로 올 하반기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15일 WSJ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최근 기업가치를 9000억 달러(약 1350조 원)로 산정하고 300억 달러 이상 자금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9월 1830억 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다섯 배나 증가한 셈이다.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올 2월 300억 달러를 조달할 때만 해도 3800억 달러 정도였다가 이제 오픈AI에 필적하는 수준이 됐다.
생성형 AI 기업들의 증시 진출이 속속 가시화되자 구글은 19일 차세대 모델인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공개하고 견제에 나섰다.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다른 최상위 모델보다 출력 속도가 4배 빠른 경량 모델이면서도 기존 최고 모델인 ‘제미나이 3.1 프로’보다 에이전트, 코딩, 금융분석 등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구글은 ‘제미나이 3.5 프로’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기업들이 연간 토큰 예산을 5월도 되기 전에 다 써버렸다는 일화를 들어봤을 것”이라며 “만약 하루에 토큰 1조 개를 쓰는 기업이 업무량의 80%를 플래시 모델로 전환하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의 잇딴 상장은 한동안 뉴욕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기준으로 뉴욕 증시 시총 9~10위권 기업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월마트의 기업가치가 각각 1조 5418억 달러(약 2313조 원), 9672억 달러(약 1451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세 회사 모두 상장과 동시에 시총 10대 기업이 될 수도 있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주관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들은 AI의 최전방 사업체인 만큼 다른 관련주 주가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후방산업인 데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반도체와 달리 생성형 AI 시장은 어마어마한 지출에 비해 수익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인 까닭이다. 일단은 스타트 테이프를 끊는 스페이스X가 성패의 가늠자가 될 공산이 크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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