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매료시킨 웹툰, 이젠 ‘제주일상’이다

문준영·조승주 기자 2026. 5. 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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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young感] (5) <지토툰> 작가 유지안
공감 이끌어내는 일상 속 에피소드로 인기 캐릭터 ‘우뚝’

제주의소리가 연중기획 제주영감(제주young感)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제주의 창작자들을 만납니다. 그들이 쌓아낸 꾸준한 노력과 그 안에서 발견한 참신한 지혜를 주목합니다. 이것이 '제주다움'과 '로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꾸준히 인기를 얻고있는 웹툰 <지토툰>의 매력은 솔직함에 있다. 담백한 구성과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은 앙증맞은 그림체와 더불어 선명한 전달력을 지닌다. 

웹툰이 게재되는 SNS 계정의 팔로워는 10만이 넘고, 인기 게시물은 859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행본까지 출시됐는데 독자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리뷰가 이어진다. 이 만화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주 강의 초청이 끊이지 않는다.

6년여전 제주로 이주한 지토툰 작가 유지안(34) 씨는 지금 꽉 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토툰의 주인공 지토. ⓒ제주의소리

우연한 시작, 뜻밖의 반응

서울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때, 직장 상사들이 다 외근을 나가고 심심하던 차에 막내 직원과 수다를 떨던 중 재미 삼아 만화를 그렸다. 그런데 그 후배가 '너무 내용이 재밌다'며 '웹툰으로 그려서 인스타에 올려보라'고 했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교과서를 낙서로 가득 채우고, 친구들의 모습을 그린 캐리커쳐가 교지에 실린 경험도 있던 그녀였다.

주인공은 지토. 지토의 정체는 토끼. 처음에는 귀가 매우 긴 토끼 캐릭터였는데 귀가 점점 짧아졌다. 누군가는 돼지나 곰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토끼를 택한 이유는 '그리기 쉬워서'였다고 한다. 너무 복잡하게 그리면 그 캐릭터를 오래 그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매일 일기처럼 그림을 업로드했고 서서히 반응을 얻었다. 어린 직원들이 회사에서 겪게 되는 난처한 순간들이 웹툰의 주내용이었다. 담백하면서도 친근한 언어로 자신의 일상과 친구들이 겪었던 일상을 풀어냈다.

사회 초년생들은 지토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연재 1년만에 4만명의 팔로워를 달성했고,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새로운 문법을 보여준 콘텐츠에 언론들이 주목했고,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마치 내 일기장을 보는 듯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속이 좀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단행본 <지토툰> 후기 중에서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정작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청춘들. 그녀의 작품에는 이 시대 청춘들의 땀과 눈물, 애환과 웃음이 섞여 있었다.

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담백하고 솔직한 방법을 택한 지토툰은 청춘들의 일상에 은은하면서도 큰 울림을 줬다.
지토툰은 사회초년생으로 겪었던 회사생활부터 제주의 일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제주의소리

지토의 제주라이프, 새로운 일상

직장에서 퇴사 후, 여행을 위해 들렸던 제주는 그의 새로운 고향이 되었다. 큰 변화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했다. 제주에서 취직을 하게 되면서 디자인 업무를 맡게 됐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지토툰을 향한 독자들의 사랑은 점점 커져갔고, 마침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라는 결심까지 하게 됐다.

자연스레 일상을 담아낸 지토툰에는 제주에서의 삶이 살며시 스며들었다.

'제주도에서 5년 살면 도시여자도 이렇게 변함', '93세 할머니의 제주 여행은', '제주도 살면 쉬는 날 뭐하냐고?', '제주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동네', '제주도민에게 주면 안되는 선물'과 같은 작품에서는 그녀의 생활담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 제주에 여행왔던 사람, 타 지역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반응의 결론은 수천개의 '좋아요'.

"서울 태생이다 보니 사람 많은 복잡한 도시 안에서 자라왔는데, 여유롭고 평화로운 곳에서 살게되니 성격 자체도 많이 온순해진 것 같고 화도 많이 사라지고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여유롭게 대하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이제는 육지를 갔다가 제주도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 '어! 우리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습니다."

지토툰은 실화 기반의 사연을 각색해 만든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직장인이나 프리랜서의 애환을 다루기도 한다. 어떤 작품은 보는 내내 흐믓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당사자인 친구가 겪는 억울한 상황에 화가 치밀어오르다가 통쾌해지기도 하고, 애틋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혼자 상상하면서 소재를 얻기도 하고요,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 '아, 이 이야기는 너무 재밌어서 웹툰으로 그려보고 싶다'라든지 가족이랑 재미있게 화목하게 즐거웠던 내용들이나 일상에서 웃긴 이야기들을 웹툰으로 그리기도 해요. 또 뉴스를 보다가 '이 사회적 이슈는 한번 다뤄보고 싶다' 하는 것들은 또 끄집어내서 그려보기도 합니다."
지토의 숲에서는 유지안 작가가 직접 그려주는 캐리커쳐를 만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지토의 숲에서 만나요

그녀에게 큰 힘을 주는 것은 제주에서 만난 감사한 마음들이다. 제주에서는 독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팬미팅도 열렸고, 특히 결혼식을 운동회 형태로 사람들을 초대해 특별하게 치르기도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강의를 나가는데 아이들이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종이가 없는 친구는 마팔에 사인을 해달라는 친구들도 많아요. 이렇게까지 저를 좋아해 주심에 너무 감사해요. 학교에 강의를 갔다와서 저녁이 되면 꼭 DM이 옵니다. '오늘 어느 학교에서 수업 들었던 누구인데, 선생님 정말 멋있어요, 수업 너무 잘 들었어요'라고 연락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뿌듯해요. 아이들이 삐뚤삐뚤 귀여운 손으로 편지를 많이 써서 주기도 하는데, 꼭 간직하게 되는 저에게 소중한 선물인 것 같아요."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지토의 숲'은 지토툰 캐릭터들의 굿즈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유지안 작가가 직접 캐리커쳐를 그려주는데, 웹툰 속에 들어간듯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곳에는 독자들과 가깝게 만나고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누군가에게 따스한 즐거움을 주고 싶은 게 그녀의 소망이다.

"독자분들의 일상 속에서 잠깐의 쉼터가 됐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녁에 누워서 쉴 때 지토툰 들어와서 재미있게 웹툰 한 편 보시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콘텐츠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유지안 작가.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