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어지면…주가 폭락 앞으로 한달 안 남았다?
"6월 말이면 전 세계 비상비축유 바닥 예상
유가 상승은 공급발 인플레이션 이어져
국채수익률 상승 땐 머니 무브 증시 타격
2022년 S&P 500, 고점서 30% 조정
미국 10년물 국채 5% 돌파 핵심 분기점"

중동에서 긴장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천정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지난주 브렌트유 가격이 한때 배럴당 107달러, 미국산 원유(WTI)는 21일 10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을 금지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AI가 견인하는 미국 증시는 잘 버티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6월 증시 폭락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중동전쟁이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금 세계 각국은 비상 비축 석유를 대거 풀어 가격을 억누르고 있지만 재고가 6월 말이면 사실상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기름값을 올리고, 오른 기름값이 물가를 밀어 올리고, 오른 물가가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높아진 금리가 주식 시장을 짓누른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의 끝에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5%'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시장이 흔들린다. 기름값이 오르면 모든 물건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 난방비, 플라스틱 원료, 항공료까지 덩달아 오른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즉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을 가진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갖고 있는데 물가가 5% 오른다면, 이자를 받아도 실제론 손해인 셈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버리고, 채권 값이 떨어지면 수익률(금리)은 올라간다.
그렇다면 국채 금리가 얼마나 올라야 주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흔들릴까. 블룸버그와 월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숫자는 바로 10년물 국채 수익률 5%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5%는 주식 시장에 있어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line in the sand)'으로 간주된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실질성장, 재정적자, 글로벌 자금흐름까지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이다,
주식의 가격은 미래에 그 회사가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결정된다. 이때 기준점이 되는 것이 국채 금리다. 국채 금리가 5%라면, 투자자 입장에선 별다른 위험 없이 5%를 받을 수 있는 국채를 놔두고 굳이 변동성 높은 주식을 살 이유가 줄어든다.
또한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이 미래에 벌 돈의 현재 가치도 낮아진다. 쉽게 말해, 10년 뒤 받을 100만 원이 금리가 낮을 땐 지금 90만 원의 가치를 갖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80만 원의 가치밖에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낮아지며 주식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블룸버그 분석은 2년물, 10년물, 3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2년물 수익률은 4.1%를 넘어서기도 했다.
터키 같은 나라는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급한 나머지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세계 곳곳에서 '채권 팔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리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고민에 빠졌다.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물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결국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는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미국 주식시장은 AI 관련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이 압박을 어느 정도 버텨주고 있다.
하지만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금리 압력을 이기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더구나 금리가 5%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속도 자체도 문제다. 시장이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금리가 치솟으면 충격이 배가된다.
RBC 캐피털마켓의 로리 칼바시나 전략가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도달하고 동시에 기업 이익이 전년 대비 5% 줄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겹칠 경우, S&P 500 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15%로 내린 6,3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 S&P 500 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500개 우량 대형주를 모아 만든 대표 주가지수이다.
미국 증시와 밀접한 코스피의 경우 충격은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 주식 시장은 수십 퍼센트씩 폭락했다. 당시 10년물 국채 금리가 5%에 근접했을 때 시장이 크게 요동쳤던 경험이 투자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래서 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포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블룸버그가 이 분석을 내놓은 또 하나 핵심 메시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수요가 넘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공급이 막혀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고 시장이 스스로 안정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10년물 국채 수익률 5%라는 기준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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