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한 잔? 퇴근 후 한 산! [퇴근 산행 인왕산]

남준식 기자 2026. 5. 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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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직장인과 함께 인왕산 야간산행
선바위 마당바위

만우절이라 혹시나 했지만 '노쇼'는 없었다. 4월 1일 저녁 6시, 참가자들이 인왕산 입구에 하나둘 모였다. 남자 4명, 여자 7명.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SOLO> 1회 분위기가 났다. 묘한 긴장이 맴돌았다. 젊은 남녀의 만유인력이 이토록 세다니. 예고됐던 비 소식이 물러나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었다. 우리는 인왕산 범바위로 향했다.

제1장. 짝꿍을 인터뷰하라

초입부터 노란 물감이 엎질러 있다. 봄비에 세수를 마친 개나리의 낯빛이 유독 깨끗하다. 꽃의 힘은 어디까지인지, 참가자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번진다. "인왕산은 몇 번 와봤지만 무악동 방면에서는 처음"이라는 한 참가자는 해골을 닮은 선바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올려다봤다. 선바위 뒤편 마당바위에 서니, 서대문형무소와 남산타워가 내려다보였다.

"네? 우리끼리 인터뷰를 하라고요?"

기자의 제안에 11쌍의 눈동자가 한순간 흔들렸다. 잠시 후, 같은 색의 목걸이를 고른 이들끼리 짝이 되었다. 목걸이 뒷면에는 오늘 처음 만난 짝꿍에게 건넬 질문이 적혀 있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해가 저물도록 서로를 향한 호기심 섞인 대화가 봄바람을 타고 오갔다.

제2장. 일등을 쟁취하라

선바위를 벗어나 성곽길에 접어들자, 개나리와 선바위 조망에 이어 세 번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노란 조명에 물든 성곽이 거대한 비단구렁이처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도시 속으로 사라졌다. 인왕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범바위에 걸터앉아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가장 재밌는 개인사진을 찍은 참가자를 선정해 시상하기로 했다. 그러자 1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열띤 경쟁으로 인왕산의 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 인왕사 입구로 돌아오며 2시간 남짓의 산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했다.

범바위

박재랑 (@rang_defyinggravity)

한창 때는 6개월 동안 등산을 50번 했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산에 가요. 사내 산악회에서 13명을 데리고 일본 후지산을 다녀온 적있어요.

이유진 (@u.ziny)

어두운 산길은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데, 동호회 가입은 뭔가 겁나고…. 출장이 많은 직종인데 마침 일찍 출장이 끝나는 날이라 운명이다 싶었어요!

전미은 (@jeonmieun)

육아휴직 중인데 오늘은 육아 퇴근을 택했어요. 월간<山> 2022년 9월호 표지에 저희 가족이 나왔어요. 그때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됐네요. 오늘은 혼자서 자유롭게 즐기고 올래요.

이수영 (@thaddaeriel)

동물병원 개원 준비에 결혼 준비까지 너무 바빠서 오랫동안 산에 못 갔어요. 여자친구가 제게 등산을 처음 알려줬어요. 좋은 기운 받아서,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다시 힘내 볼게요.

김하늘 (@daily._.training)

1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도배를 배우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로 배우는 점이 즐겁더라고요. 산에서 만난 인연은 얼마나 즐거울지 기대돼요.

송예람 (@ram_peak)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거든요. 퇴근 후에는 온전히 저로 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했어요. 그게 '산'이에요.

윤여진 (@yeojingrid)

경남 거제가 고향이에요. 어릴 적부터 나무와 숲을 공부했어요. 인왕산을 오르는 것은 시골쥐인 저에게 의미가 큽니다. 높이 340m 정도면 다음날 출근도 삐거덕거리지 않고 가능해요.

조은별(@cho_logi)

디그디그액티비티라는 아웃도어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다, 얼마 전 업무가 바뀌었어요. 사람들과 등산을 많이 못해 아쉽던 차에 추억 쌓고 싶어요.

이규환 (@kyuhwan_gram)

10년간 사내 산악회 총무를 맡았고, 지금은 백패킹 동호회 회장이에요. 신규 직원들에게 등산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교육하고 있어요.

권준욱 (@kkjjunuk)

코로나 시기에 서울에 상경해서 지금은 겨우 자리를 잡았어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도시의 삶이 조금 어려웠어요.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어 산에 다녀요.

이기훈 (@ppaek.kom_hiker)

평소에도 퇴근하고 야간 산행을 즐기는데, 백패킹을 특히 좋아해요. 빼꼼이라는 강아지를 업고 다녀서 '빼꼼이 집사'로 불려요.

퇴근하고 등산할 사람 모여라

<퇴근 산행>은 독자 참여형 콘텐츠다. 줄거리는 독자들의 이야기에 맡긴다. 거창한 이야기는 필요 없다. 등산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다. 모집 공고는 매월 말 월간 <山> 인스타그램(@monthly.san)을 통해 진행된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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