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91] 당구에서 '역회전'을 왜 '가꾸'라고 부를까

김학수 2026. 5. 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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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PBA) 전설 다니엘 산체스 경기 모습 [PBA 제공]
당구에서 ‘역회전이 살아야 포지션이 산다’는 말이 있다. 역회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포지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순회전은 공을 앞으로 보내기 쉽다. 하지만 역회전은 속도를 죽이고, 각을 줄이고, 공의 움직임을 다시 통제하게 만든다. 특히 3쿠션에서는 역회전이 있어야 공이 짧게 먹고, 살아 돌아오고, 예민한 라인을 만든다. 회전이 없는 공은 쿠션 이후가 단조롭지만, 잘 길러진 역회전은 쿠션을 지난 뒤에도 계속 일을 한다. (본 코너 1776회 ‘당구에서 왜 ‘쓰리쿠션(three cushion)’이라 말할까‘, 1787회 ’당구에서 왜 ‘회전’을 ‘시네루’라고 말할까‘ 참조)

역회전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逆回轉’이라고 쓴다. 회전을 반대로 한다는 의미이다. 영어 원어로는 ‘reverse english’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당구장에서는 오랫동안 역회전을 ‘가꾸’라고 부른다. “가꾸 먹인다”, “가꾸 친다”, “가꾸가 돈다”고 쓸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설이 많다. 먼저 일본어 「角(かく, 카쿠)」(각도·각) 계열이라는 설이다. 공의 진행 각과 회전 변화를 뜻했다는 해석이다. 다음은 일본 당구 은어 “갸꾸(ぎゃく, 逆)” 변형설이다. 일본어 ‘역(逆)’ 발음인 ‘gyaku’가 한국식으로 가꾸처럼 굳었다는 견해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당구장 내부에서 변형된 현장어라는 설이다. 여러 일본식 발음이 섞이며 변형되었다는 해석이다 .

일본어 ‘逆(ぎゃく, gyaku)’에서 왔다는 설명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왜냐하면 실제 의미가 역회전과 정확히 대응되기 때문이다. 이 말은 1970~80년대 이전부터 한국 당구장에서 쓰인 일본계 당구 은어로 보이며, 현재는 역회전을 뜻하는 현장 용어로 굳어졌다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하다.

한국 당구 용어에는 일본식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다마‘는 ’공‘, ‘‘맛세’는 ‘마세’, 기리까시(切り返し’는 ‘비켜치기’, ‘히까키(ひっかき)’는 ‘걸어치기’를 의미한다. (본 코너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1786회 ’당구에서 왜 '마세' ‘맛세이’라고 말할까‘, 1788회 ’당구에서 ‘비껴치기’를 왜 ‘기리까시’라고 말할까‘, 1789회 ’당구에서 ‘걸어치기’를 왜 ‘히까키’라고 부를까‘ 참조) 이런 식으로 해방 이후 일본식 당구 문화가 그대로 들어오면서 현장 은어처럼 굳어진 경우가 많다.

초보자들은 역회전을 힘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게 치고, 억지로 긁고, 손목을 비틀며 회전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좋은 역회전은 강한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확한 타점과 부드러운 가속, 그리고 큐가 끝까지 살아 있는 스트로크에서 나온다. 역회전을 잘 구사하는 사람의 샷은 묘하게 조용하다. 세게 친 것 같지 않은데 공은 길게 살아 움직이고, 쿠션 이후에도 회전이 남아 다음 각을 만들어낸다. 역회전은 기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기본기의 완성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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